중력파 탐지 연구팀, '우주 급팽창' 해석 오류 인정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에 새 논문 투고…기존 결론 사실상 철회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 지금부터 137억년 전 대폭발에 이어 일어난 '초기우주 급팽창'의 증거를 관측했다고 발표했던 연구팀이 기존 해석을 사실상 철회하는 새 논문을 11개월만에 내놨다.
이는 다른 과학자들이 지적했던 대로 연구팀이 데이터를 해석할 때 우주 먼지에 따른 산란 효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남극 근처에 있는 관측시설인 '바이셉2/켁(BICEP2/Keck) 어레이'와 유럽우주기구(ESA)의 플랑크 위성 우주망원경으로 우주배경복사(CMB)를 관측해 온 연구자들은 최근 물리학계의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논문을 제출하고 온라인으로 이를 공개했다.
30일(현지시간) 공개된 이 논문에는 '바이셉2/켁 어레이와 플랑크 데이터의 공동 분석'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으며, 게재 예정일은 미확정이다.
논문 저자들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기우주 급팽창을 보여 주는 중력파의 명확한 증거를 찾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호 중 많은 부분이 알고 보니 우주 먼지의 영향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논문 저자들에 포함된 바이셉2 연구팀 과학자들이 작년 3월 "중력파의 흔적을 탐지했다"고 발표했던 것을 뒤집는 내용이다.
즉 작년 3월 발표를 했던 과학자들이 당시 데이터 해석이 잘못됐다고 겸허히 인정하면서, 오류를 지적했던 경쟁 연구팀과 공동으로 새 논문을 낸 것이다.
플랑크 우주망원경 연구팀은 바이셉2 연구팀의 당초 발표 내용이 우주먼지의 영향을 간과했다고 지적하는 논문을 학술지 '천문학 &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작년 9월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작년 3월 바이셉2 연구팀은 우주 전체에 가득한 낮은 온도의 전자기파인 우주배경복사(CMB)의 편광 상태를 분석해 초기우주 급팽창의 증거인 중력파패턴을 발견했다고 발표해 과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바이셉2 연구팀은 관측 영역에 대해 그 때까지 입수할 수 있는 우주 먼지 관련 데이터를 모두 수집해 신호 해석에 이용했으나, 플랑크 우주망원경 연구팀이 관측해 집계중이던 관련 데이터는 사용할 수 없었다.
초기우주 급팽창은 우리가 아는 우주의 시작인 '대폭발'(빅뱅) 직후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난 뒤 엄청난 급팽창이 일어났다는 이론적 주장이다.
새 논문이 나왔다고 해서 '초기우주 급팽창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연구진이 이에 대한 확실한 관측 증거를 찾았다고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초기우주의 모습을 CMB 관측을 통해 확인하려는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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