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아우슈비츠 회계사' 그로닝 재판 4월 개시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회계사' 역할을 한 90대 독일 남성이 살인방조 혐의로 오는 4월 재판을 받게 됐다.
BBC 등 외신은 2일(현지시간) 오스카 그로닝(93)에 대한 재판이 오는 4월21일 독일 북부도시 뤼네부르크에서 개시된다고 보도했다.
나치 친위대 소속 경비원이었던 그로닝은 살인과 관련한 최소 30만개 항목의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그는 1944년 5월부터 6월까지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구금된 42만5천여명의 소지품을 관리하면서 이들이 갖고 있던 현금을 모아 장부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작년 9월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성명에서 "그로닝은 나치 정권이 경제적 이득을 얻도록 돕고 이들의 조직적 살인에 힘을 보탰다"고 밝혔다.
그로닝은 독일 당국이 2013년부터 추적하던 아우슈비츠 수용소 경비원 30명 중 한 명이다.
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 원고인 55명의 수용소 생존자와 친척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21세 때 수용소 근무를 시작한 그로닝은 수용소내 집단학살을 목격했지만 학살에 가담하진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독일 검찰은 또 국내 그로스-로젠 수용소에서 나치 친위대 소속 경비원으로 일하며 살인을 도운 혐의로 93세 여성을 조사하고 있다.
그로닝과 같은 나이인 힐데 미히니아는 나치 측이 1945년 폴란드 국경과 그리 멀지않은 이 수용소의 수감자를 강제로 대피시키면서 1천400여명을 살해하는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자 강제대피는 연합군 접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히니아는 당시 수용소 부엌에서 일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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