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우크라이나 디폴트 위기 갈수록 고조>
외환보유액 64억 달러대로 줄어…환율·인플레율 가파른 상승 행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최악의 정치·경제 혼란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외채 상환 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환율과 인플레율 등의 각종 경제 지표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달 들어 악화한 동부 지역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 사태는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 일간 베도모스티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5일(현지시간) 지난 1월 중 외환보유액이 14% 이상 줄어 2월 1일 기준 64억 2천만 달러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외환보유액은 러시아가 국가 디폴트를 선언했던 지난 1998년 수준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당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120억 달러 정도였다.
우크라이나의 국가 채무는 약 1조 흐리브냐(우크라이나 통화 단위), 현재 환율로 약 4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도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외부의 긴급 지원이 없이는 디폴트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 170억 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한 IMF는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46억 달러를 제공하곤 3차 지원을 미루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IMF 대표단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동부 지역 교전 사태 개선없이는 IMF의 추가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디폴트 위험과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IMF가 약속한 170억 달러 외에 최소 150억 달러의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지원 약속이 있긴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전없이 당장 이 정도의 지원을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가운데 물가 상승, 환율 동요 등의 불안 요소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서둘러 비상대책을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가속화하는 인플레를 억제하고 흐리브냐 환율을 안정시키기위해 6일부터 기준 금리를 현행 14%에서 19.5%로 5.5% 포인트 전격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지금까지 환율 통제 기능을 수행해온 일일 외환 경매 제도를 중단하고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기로 했다. 외화 투입을 통한 환율 개입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지난 12월 우크라이나의 인플레율은 25%에 이르렀다. 소비자 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 치솟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40%의 폭등세를 보인 환율도 불안한 상승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중앙은행의 발표가 있은 뒤 흐리브냐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0%나 오른 달러당 24~25 흐리브냐에 거래되며 극도의 혼란 조짐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서둘러 동부 지역 교전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IMF와 서방으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는 방법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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