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성 "이장희, 17살 소년 같아…저렇게 나이먹고 싶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06 16: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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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쎄시봉'에서 40대·60대 이장희 역 맡아


장현성 "이장희, 17살 소년 같아…저렇게 나이먹고 싶다"

영화 '쎄시봉'에서 40대·60대 이장희 역 맡아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장희 선생님은 지금도 만나면 17살 소년 같으세요. 호기심에 눈이 반짝반짝 빛나죠. 인간과 음악에 대한 열정, 심지어 여자에 대한 호기심도 여전히 소년 같아요. 그게 가장 인상적이었죠."

영화 '쎄시봉'에서 가수 이장희의 40대와 60대 모습을 연기한 배우 장현성(45)은 6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장현성은 자유로운 영혼의 이장희를 '그리스인 조르바'에 비유하며 "저렇게 나이 먹고 싶다"고 했다.

"제가 노력하는 것 중 하나가 호기심을 놓치지 말고 살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장희 선생님이 그래요. 정말 왕성한 호기심과 삶에 대한 열정이 있죠. 제가 만나 본 사람 중에 가장 뜨겁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이장희 선생님인 것 같아요."



1994년 극단 학전에 입단해 연극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21년차가 됐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터.

장현성은 촬영을 준비하는 기간 마침 서울에 있던 이장희와 여러 번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최근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장현성은 "인물을 관찰해 시각적인 모습을 채집해 내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커지지만 이 영화에서 어떤 인물을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 미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현성과 만난 이장희도 "알아서 멋지게 해줘" 정도의 말만 남겼다고 한다.

장현성은 "(이장희와) 닮은 데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작 이장희는 아직 영화를 못 봤다고 한다.

"VIP 시사회 때 급한 일이 있어서 못 오신다고 뒤풀이에 온다고 하셨어요. 뒤풀이에 가서 전화드렸더니 이미 술에 취하셔서 '다음에!'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사나이잖아요. 보헤미안. 영화를 보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지는 알 것 같아요. '멋있어요. 원더풀!' (웃음)"

'쎄시봉'은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이장희를 비롯해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등이 '쎄시봉'을 거쳐 갔다.

1950∼60년대 태어난 이들이 즐겼던 문화지만 1970년생인 장현성에게도 추억이 많다고 했다.

"제가 누나가 둘 있어서 조숙한 편이었어요. 또래 친구들을 무시하는 꼬마였죠. 잡지 2∼3권 봤을 뿐이면서 '너희가 사이먼 앤 가펑클을 알아?' 했죠. 하하."

장현성은 "당시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런 작품에 얼굴을 비추고 몇 소절이라도 노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 정작 그 당시 그가 좋아했던 가수는 송창식이었다고 한다.

"연극할 때도 회식 자리에서 항상 송창식 선생님의 노래를 불렀죠. '사랑이야', '한번쯤' 이런 노래요. 아, 이렇게 얘기하면 이장희 선생님이 서운해하실 텐데…. (웃음) 그때는 대중적으로 가장 노출된 게 송창식 선생님이었어요. 아주 놀라웠죠. 이번 영화에 참여하면서 이장희 선생님 관련 자료를 찾고 하면서 '인간 이장희'에 대한 이해도 넓어졌고 음악도 다시 찾아서 들어봤죠. 그동안 내가 모르고 불렀던 노래가 이장희 선생님이 만들었던 곡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그는 "요즘 친구들에게 어른 중에도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찬 분, 아직도 왕성하게 창작을 하고 뜨겁게 지구를 누비는 분이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보여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현성은 지금은 하차했지만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은 준우·준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10∼20대 친구들이 애정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어른이 불행히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이 너무 안됐잖아요. 그 생각을 하면 무조건 미안하죠. 저도 이제 40대 중반이니까 그동안 제가 투표를 몇 번 했겠어요? 그렇게 만든 책임이 있는 사람 중 하나죠.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요."

장현성은 음식을 차려놓고 초대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전날 개봉한 '쎄시봉'은 개봉 첫날 9만6천155명의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솔직히 '저희가 차린 상은 조미료를 넣지 않았어요, 식재료를 유기농으로만 썼어요'라고 큰소리치지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이미 오랜 시간을 걸쳐 검증된 아름다운 음악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배우의 연기와 음악이 장면마다 협연하듯 이끌어가는 리듬이 굉장히 좋아요."

그는 '쎄시봉'에 대해 "따뜻한 물 한 잔처럼 마음을 덥혀 주는 영화"라고 했다.

"영화에서 낭만과 추억을 그린다고 해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잊어버릴 수는 없겠죠. 극장에서 나오면 다시 힘든 시기가 이어지겠죠. 그래도 낭만과 추억은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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