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피싱> ③ 알고도 당하는 범죄…청년층 취약
통화하는 새 수천만원 '꿀꺽'…"금융지식 부족해 더 당황"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2006년 처음 등장한 이후 8년여가 흐르면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보이스피싱.
웬만한 수법은 언론보도나 인터넷 등을 통해 수차례 소개돼 이런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어르신들 아니면 누가 당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피싱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원 A(29·여)씨는 지난달 26일 일반번호로 온 전화 1통을 받았다.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발신자는 "37세 김미영씨를 아느냐"며 "김씨가 범행을 저질러 기소됐는데 이때 당신의 통장이 쓰였다"고 대뜸 겁을 줬다.
의심하는 A씨에게 발신자는 검찰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줬고, A씨가 이 주소로 들어가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치니 사건번호가 적힌 문서가 떴다.
이어 발신자는 "당신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알아야겠다"며 "지갑이나 여권을 잃어버린 적이 있느냐", "해외여행을 간 적이 있느냐", "사용 중인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알려달라" 등 질문을 쏟아냈다.
A씨가 답하는 사이사이 발신자는 보안카드가 유출된 것 같으니 통장 계좌와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불러달라고 했다.
A씨는 모두 3차례 OTP를 말했는데 통화 중 들어온 문자를 보니 그때마다 600만원씩 1천800만원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 1인 출금한도가 600만원이어서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600만원씩 다른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한다.
돈이 왜 빠졌느냐고 따지는 A씨에게 발신자는 "분명히 동의해놓고 이제 와서 뭐냐고 물으면 곤란하다"고 되레 성을 내며 확인이 끝나면 다시 입금되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상대방의 위압적 태도에 A씨는 주눅이 들었고, 이를 감지한 발신자의 요구는 더욱 대담해졌다.
그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목돈 출금이 안 될 수 있다며 지금 알려주는 계좌로 600만원을 무통장입금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A씨가 이 돈을 보내자 발신자는 "곧 피해자 증명서를 가지고 가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목돈이 나간 걸 이상하게 생각한 거래 은행에서 연락이 왔고, A씨는 그제야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급히 지급정지를 시켰지만, 일부는 이미 인출돼 찾을 길이 막막해졌다.
8일 경찰에 따르면 A씨의 경우처럼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통적' 보이스피싱 수법에 당하고 있다.
특히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금융 관련 지식이 미비한데다 사기 등 범죄에 노출된 경험이 적어 보이스피싱에 대해 알면서도 막상 전화를 받으면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에 익숙한 점 역시 오히려 사기범들에게 이용되기 쉽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2011년 10월∼2014년 6월 들어온 피싱 사기 피해구제 신청 7만 859건을 분석한 결과 20∼30대가 모두 42.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피싱 사기에 당한 청년층 피해자 수도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2∼2014(추정치)년 인구 10만명당 피해 발생 빈도는 20대가 32→72→76건, 30대는 83→84→96건으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근거지가 중국을 넘어 최근에는 호주, 캐나다 등지로 퍼지면서 피해액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상한 전화를 받으면 일단 보이스피싱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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