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사회, '인질사건 정부대응 비판자제' 언론 질타
"비판할 것은 제대로 기사 써야"…2천700명 성명 참여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인 2명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희생된 사건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제대로 대응했는지를 일본언론이 충분히 점검·비판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사건 초기부터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 등이 인질로 잡혀 있음에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동을 방문해 IS와 싸우는 국가를 지원할 뜻을 밝힌 것 등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나왔다.
또 일본 정부가 자국민이 납치된 사실을 수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이에 제대로 대응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목소리를 다루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IS와 일본 정부가 대립 구도를 이룬 이번 사건에서 정부 대응을 지적하는 것이 자칫 테러 세력을 옹호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데다 섣부른 비판이 여론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언론이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자성론인 셈이다.
실제로 한 일본 언론사의 한 기자는 '제대로 된 근거 없이 이번 사건에 관해 정부를 비판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당부가 사내에서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본 시민 사회는 이런 분위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저널리스트와 작가 등은 '나쁜 흐름을 끊고 비판할 것은 쓴다'는 성명을 9일 참의원 회관에서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일반인을 포함해 약 2천700명이 찬동의 뜻을 표명했으며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하세 세이슈(馳星周) 등도 참여했다.
성명 발표에 주도적으로 나선 시민운동가 겸 저널리스트 이마이 하지메(今井一) 씨는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의 대응을 추궁한 소식은 일부를 제외하고 매우 짧게 방영됐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은 성명을 발표하는 회견에서 "자제하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두려움을 느낀다"며 비판을 입에 담는 순간 '닥쳐라 매국노, 적을 유리하게 하느냐'는 식의 분위기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회견에 참가한 이들은 아베 총리가 중동을 방문했을 때 IS와 싸우는 주변 각국에 2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에 관해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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