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호텔 박효남 총주방장 "요리인생 한식에 걸어"
"후학양성에도 관심…요리법 아닌 주인의식 전수하고파"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30년 넘게 일해 온 요리사 박효남(53) 씨가 최근 힐튼을 떠나 세종호텔 총주방장 겸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총주방장과 함께 세종사이버대학 조리산업경영학과 부교수를 맡아 후학 양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최근 세종호텔에서 만난 그는 "다들 이직을 의아해하지만 나에게는 37년 요리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고 제2의 인생의 시작"이라며 "외국 체인호텔에서 37년간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순수 국내 브랜드 호텔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특급호텔에서 사라져가는 한식당을 키워보고 싶다는 욕심도 박 전무의 이직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음식이 전문인 그에게 한식당을 키운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세종호텔은 전통적으로 한식당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최근 대기업이 하는 한식 뷔페식당이 뜨고 있는데, 호텔에서도 제대로 한식을 키우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졸 학력에 하얏트 호텔 주방보조로 경력을 시작한 그에게는 '최초', '최연소'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983년 힐튼호텔로 옮기고 5년 뒤 업계 최연소인 38세의 나이에 힐튼호텔 임원으로 승진했고, 2001년에는 외국인 주방장들이 독차지해 왔던 외국계 체인 호텔의 총주방장에 임명됐다. 힐튼그룹 역사상 현지인 총주방장은 처음이었다.
작년 '대한민국 요리명장'으로 선정된 그는 후진 양성에도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정부가 나에게 대한민국 요리명장 호칭을 부여한 것은 후학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라는 뜻일 것"이라며 "비록 많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후학들에게 전해주고 호텔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사이버대학 조리산업경영학과 교수로서 올봄 학기부터 인터넷 강의를 하게 된다.
사이버대학의 특성상 그가 가르치게 될 학생들은 현장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학생들을 만났다는 그는 "나도 일하면서 배웠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며 "일하면서 공부하면 식당 사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한두 명이라도 학생이 일하는 식당에 직접 찾아가 그 식당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눈치 안 보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가 요리사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생각해 왔던 것은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다.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전수해주고 싶은 것도 요리법이 아니라 바로 주인의식이 몸에 배게 하는 것이다.
그는 "힐튼호텔 시절에도 나는 항상 힐튼호텔이 내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다"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주방 보조로 일을 시작했던 내가 주방장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주인의식"이라고 말했다.
박 전무는 젊은 요리사들을 위한 책도 조만간 발간할 예정이다.
이 책에는 그가 37년간 요리사로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팀워크, 칼을 다루는 법 등 요리사가 지켜야 할 십계명을 담았다.
그는 요리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을 손님이 다 먹고 빈 접시가 주방으로 돌아올 때를 꼽으면서 "요리사에게는 음식을 만들어 식탁에 내놓는 게 끝이 아니다. 손님이 다 먹고나서 빈 접시까지 확인할 수 있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텔 식당의 문턱을 낮춰 고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전무는 "호텔 밖에도 호텔급의 좋은 식당이 많이 생긴데다 외국인 숙박객이 호텔 내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추세여서 호텔 레스토랑이 설 자리가 자꾸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미 호텔 레스토랑 고객의 90%가 내국인으로 바뀐 만큼 문턱을 낮춰 고객층을 더욱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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