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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스크 4자 정상 회동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시내 독립궁전에서 회동을 시작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4개국 정상 등이 잠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및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
메르켈 2만㎞ '광폭' 중재외교 결실…이젠 그리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베를린 → 키예프 → 베를린 → 뮌헨 → 베를린 → 워싱턴 D.C. → 오타와 → 베를린 → 민스크
지난 1주일 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만 ㎞ 거리를 비행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주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분주한 여행이었다.
결국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는 12일 오전(현지시간) 메르켈 총리의 광폭 외교 행보에 보상 차원의 '선물'을 안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이 정상 회담에 이은 실무 협상을 거쳐 휴전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합의의 안정성은 별개 문제이겠지만, 무려 17시간에 걸친 말 그대로 '1박2일' 협상의 진한 결실이었다.
무엇보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나 서방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의 맞대응 조치로 각기 경제가 크게 악화하고 전선 운용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타협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중재 노력과는 무관하게 객관적 정세가 양국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 통합의 중심을 잡고 있는 메르켈 리더십을 배제하고 이번 결실을 온전히 평가하기는 힘들다.
메르켈 총리는 "군사적 해결은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무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미국을 뜯어말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수시로 전화하며 사태 악화에 제동을 걸었다.
메르켈 총리를 위시한 유럽 주류 정치권의 온건론보다는 미국 조야의 강경론이 오히려 푸틴 대통령을 타협의 길로 들어서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그것은 책임 없는 제 3자의 사후 평가처럼도 들린다.
그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무기를 공급하면, 푸틴이 겁을 먹고 물러설 것이라거나 전선 유지 부담으로 쇠락해 갈 것이라는 불확실한 시나리오는 믿지 않았다. 그보다는 최악으로 치닫는 확전 상황을 막고 '전쟁의 길'보다는 '평화의 길'로 유턴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
냉전 시대 이후에도 국제질서 조정역을 자임하는 미국의 직접적 개입 없이 결론을 이끌었다는 데 이번 합의의 의미를 두는 쪽도 있다. 유럽의 갈등을 미국에 기대어 정리한다면 필히 대가가 따를 것인데, 이를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교역 관계도 얽힌 독일 등 유럽국들의 이해는 미국의 이해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을 되도록 줄이는 것은 독일 등 유럽 중심국에 중요한 문제다.
또 메르켈 총리가 유럽 국가들의 일부 이견과 제재 무용론의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 운용을 일관되게 이끌며 러시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제 민스크 합의의 온전한 이행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며 그리스 새 정부를 상대로 채권-채무 협상에 매달려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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