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차, 배당 곳간 열고도 '주가 지지부진'
실적 개선 믿음 아직 부족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국내 시가총액 순위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가 나란히 배당 곳간을 활짝 열었지만, 주가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현금 배당을 전년보다 40% 늘리겠다고 발표한 지난달 29일 이후 보름 동안 요지부동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들어 130만원대에 갇혀 있다. 지난 13일에도 삼성전자는 136만1천원으로 마감했다.
현대차의 상황은 삼성전자보다 나쁘다.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주말 15만8천원으로 마감했다. 주가는 이달 초 17만원를 회복했다가 바로 고꾸라져 15만원대까지 추락했다.
현대차가 현금배당을 작년보다 54%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한 지난달 22일 16만8천원보다 6.3% 하락했다.
한국전력[015760] 부지 고가 매입 논란과 현대글로비스[086280] 블록딜(대량매매)의 과정에서 소통 부재 지적이 나오면서 나빠진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배당 확대에도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실적 회복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7조원대 중반으로 떨어져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영업이익률도 8.5%로 전년 9.5%보다 1.0% 포인트 내려갔다.
세계시장에서 판매 부진 등으로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미국 등 선진시장에 이어 신흥시장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 인도·중국) 시장에서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승용차 경쟁에서 일본업체에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점, 리테일(소매) 부진으로 재고 부담이 커지는 등 단기적으로 현대차 주가 상승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실적이 작년 3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뚜렷한 개선에 대한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하락과 경쟁사 애플의 아이폰 판매 호조 등의 녹록지 않은 외부 여건이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정부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보조를 맞춰 크게 늘린 배당을 올해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릴 것이라는 증권가 소문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외부 잡음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주력사업인 메모리와 디스플레이의 실적 성장이 이어지고 스마트폰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실적을 방어할 수 있어 주가의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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