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작 거듭 시청률 고공행진…"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두렵고 겁나"
전인화 "진짜 전설의 마녀는 차앵란 같죠?"
30% 넘은 MBC '전설의 마녀'서 이야기 열쇠 쥔 역할
출연작 거듭 시청률 고공행진…"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두렵고 겁나"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청바지, 운동화 차림에 손지갑 하나를 든 여인이 국숫집 안으로 들어가자 장내가 조용히 술렁댄다.
결코 튀는 차림도 아니고, 움직임도 얌전하지만 얼굴에서 퍼져나오는 광채와 숨길 수 없는 우아함에 손님들은 나지막이 탄성을 지른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아주 반갑게 아는 척을 하고, 젊은 손님들은 힐끗힐끗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그도 올해 벌써 만으로 50세가 됐다. 하지만 나이를 들먹이는 게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젊은 미모'를 과시하는 이 여배우는 그렇게 여전히 아름다웠다.
배우 전인화를 최근 경기 고양시 일산 MBC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지난 1~2일 이틀 연속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인 31.4%를 기록하는 등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TV 주말극 '전설의 마녀'에서 이야기의 열쇠를 쥔 차앵란 역을 연기한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제빵왕 김탁구' '신들의 만찬' '백년의 유산' 등 최근작들도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전인화는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특히 경쟁작인 SBS TV '내 마음 반짝반짝'이 시청률 2% 대에 머무는 데도 전인화는 선택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어 여기저기서 '시청률 높은 작품을 하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제가 시청률 복은 좀 있는 것 같아요.(웃음) 비결이 어디 있나요. 또 저 때문에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대본을 받아오면 '아, 이건 터지겠다 느낌이 오는 것은 있어요. 작가의 전작들을 보고, 출연진을 보면 대충 알 수 있잖아요? 또 잘될 작품은 제목을 보면 확 와 닿는 게 있기도 하고요."
그는 '백년의 유산'에 이어 '전설의 마녀'로 구현숙 작가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다. '백년의 유산' 역시 시청률 30%를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전설의 마녀'를 보면 출연진이 워낙 탄탄해서 보고 있으면 어느 장면으로 넘어가도 이야기가 됩니다. 특히 박근형, 고두심, 김수미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좋잖아요. 처음에 박근형 선배님의 상대 역이라고 했을 때 나이 차가 있긴 하지만 내공이 워낙 있는 분이시라 차앵란을 도와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또 우리 드라마 전체를 지켜주는 축이 되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흔쾌히 승낙했어요. 김수미 선배님은 또 어떠세요. 그분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시는데 너무 재밌잖아요."
이렇게 그는 드라마 인기의 공을 다른 배우들에게 골고루 돌렸지만, '전설의 마녀' 속 모든 비밀의 열쇠를 쥔 차앵란의 활약에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신화그룹 마회장(박근형 분)의 젊은 첩인 줄로만 알았던 차앵란은 사실은 마 회장 때문에 죽은 연인의 복수를 위해 지난 20여 년 조용히 칼을 갈아왔다. 심지어 극초반 헬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마회장의 장남 도현(고주원)을 사실은 지난 2년간 차앵란이 모처에 숨겨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전인화는 "드라마에서는 어느 인물이든 그런 사건을 터뜨리는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차앵란이 그 역할을 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진짜 전설의 마녀는 차앵란 같다"며 웃었다.
그런데 복수를 위해 달려나가던 차앵란은 식물인간 상태였던 도현이 2년 만에 의식을 되찾자 회한에 휩싸인다. '막장'으로 달려가는 듯했던 이야기에 제동이 걸리는 순간이다.
"인간사 다 그런 것 아니겠어요? 살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다시 털고 일어서기도 하고. 차앵란도 도현이 깨어나자 양심에 걸린 거죠.(웃음) 복수심을 품고 살면 상대를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그게 나한테 돌아오는 것 같아요. 용서를 통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겠지만 용서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그래서 드라마에서는 복수가 많이 등장하는데 결국은 시청자의 몫 같아요. 이야기를 이리저리 꼬아 놓아도 그 안에서 무엇을 볼 것인지는 시청자의 몫이거든요. 우리가 흔히 '막장'이라고 비난할 때는 '말도 안 돼'라는 느낌이 들 때잖아요? 근데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이유가 정해진 드라마의 횟수 안에서 인물 하나하나의 사연을 다 자세히 풀어내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많거든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거죠. 또 실제로 진짜 막장 같은 이야기는 뉴스에서 더 많이 듣잖아요. 드라마는 권선징악 등 메시지가 분명하면 이야기는 말 그대로 '드라마'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그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요."
'전설의 마녀' 시청자들은 스토리 재미와 함께 이구동성으로 전인화의 '방부제 미모'에 혀를 내두른다. 전인화의 미모를 감상하기 위해 드라마를 본다는 시청자도 있을 정도다.
"어휴, 요즘 조명기술이 좋아서 그래요. 저도 고민이 장난이 아니에요. 저도 여러분과 같은 고민을 한답니다.(웃음) 제가 무슨 컴퓨터 미인형도 아니고 저도 화면을 보면서 제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안 들었다 해요. 유난스럽게 하는 것은 없어요. 그냥 세안에 충실하고 수분이 부족하지 않게 신경을 씁니다. 잠을 잘 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하죠. 자고 일어나면 몸의 모든 마디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열심히 하고요. 음식은 잘 안 가리고 다 잘 먹어요. 아버지가 마른 체질인데 감사하게도 그것을 닮았고, 피부는 엄마가 지금도 우윳빛 피부인데 그걸 닮았어요. 오히려 쉴 때는 피부과를 안 가고 작품 할 때는 2주에 한 번이라도 꼭 가려고 해요. 화장독은 빼야 하니까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인화의 눈에 예쁘게 보이는 후배를 꼽아달라고 하자 "전지현과 송혜교가 참 예뻐 보인다"는 답이 돌아왔다.
차앵란의 복수가 과연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전설의 마녀'는 이제 종영까지 3주가 남았다. 시청률은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인화는 "요즘 같은 시기에 시청률이 높으니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인기라는 게 오히려 두렵고 겁이 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사랑을 받을수록, 인기를 얻을수록 더 꼼꼼하게 나를 체크하고 돌아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를 늘 재정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죠. 예전에 비해 여러분이 주시는 사랑에 대한 고마움도 커지고 책임감도 커진 것 같아요. 인기라는 게 부질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인기가 있다고 들뜨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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