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고급 보트 불법유통…리스업체 속인 '짜고치기'
등록말소 안 해도 신규등록 가능 제도 허점 악용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리스업체로부터 고가의 수상레저기구를 빌린 뒤 이를 돌려주지 않고 불법 유통해 수억원 대의 돈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캐피탈사로부터 빌린 수상레저기구를 대포물건으로 둔갑시켜 불법 유통한 혐의(사기 등)로 수상레저기구 판매업자 최모(44)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문모(34)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해 2∼3월 H캐피탈로부터 빌린 총 9억원 상당의 레저보트와 제트스키 11대를 불법으로 팔아넘겨 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컴퓨터 부품회사 대표인 문씨는 경영난에 돈이 필요하자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최씨와 브로커 이모(35·구속)씨, 허모(34·구속)씨와 함께 H캐피탈을 속여 대포물건을 유통하기로 공모했다.
문씨의 레저보트 리스계약 신청을 받은 H캐피탈이 지정 계약업자인 최씨로부터 보트를 사들여 문씨에게 빌려주면, 문씨가 이를 바로 최씨에게 되팔아 현금을 챙기는 수법이었다.
일례로 최씨는 H캐피탈에 1억2천900만원을 받고 보트를 팔았다가 문씨에게 9천600만원을 주고 물건을 되돌려받았다. 이후 대포물건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제삼자에게 9천900만원에 재판매해 총 3천600만원의 이득을 남겼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 2명은 각각 5천600만원, 1천800만원씩을 챙겼으며 정작 돈이 필요했던 문씨에게 돌아간 금액은 2천200만원에 불과했다.
H캐피탈은 문씨가 '보트를 도난당했다', '아는 사람이 빌려가 놓고 잠적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리스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다가 결국 물건도 돌려주지 않는 바람에 가장 큰 피해를 봤다.
경찰은 문씨와 브로커들이 같은 수법으로 외제차 3대를 불법 유통한 사실도 확인, 이 과정에서 적발된 대포차 매매업자 이모(27)씨를 구속하고 다른 업자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업자는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포르셰,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최고급 외제차 총 99대(시가 104억원 상당)를 대포차로 불법 유통한 혐의다.
이처럼 수상레저기구가 대포물건으로 새롭게 이용된 것은 기구 자체가 고가여서 거액을 현금화할 수 있고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법·제도적 허점 때문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수상레저기구는 기존 등록을 말소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 명의로 신규등록이 가능하다.
또 미등록 상태로 운행해도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치고, 구입 후 본인 명의로 이전 등록을 하지 않고 제삼자에게 양도해도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수상레저안전법 소관 부처인 해양경비안전본부에 이 같은 문제점을 통보했으며 수상레저기구 등록시스템에 중복등록 방지 기능을 추가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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