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판사' 사표수리로 작성·유출경위는 미궁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15 12: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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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식구 감싸기·꼬리 자르기 논란
대법 "법관직 유지시 재판 공정성 손상" 해명


'댓글판사' 사표수리로 작성·유출경위는 미궁

제 식구 감싸기·꼬리 자르기 논란

대법 "법관직 유지시 재판 공정성 손상" 해명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인터넷 악성 댓글을 상습 작성한 A 부장판사가 사직 처리되면서 그가 왜 댓글을 작성했고, 그 사실이 어떻게 드러났는지 등 사건 경위는 미궁 속에 빠졌다.

A 부장판사 본인이 사표를 제출한지 불과 하루 만인 지난 14일 오후 대법원이 전격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히면서 '꼬리 자르기' 혹은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채업자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민호 판사 사건에 이어 법관의 일탈 행위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그동안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사법부가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

◇ 대법, 댓글 유출경위 파악 못해

대법원은 A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해당 행위가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직무상 위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직무 관련성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A 부장판사의 징계 여부를 검토하기에 앞서 그가 악성 댓글을 작성한 사실이 어떻게 언론 매체에 보도됐는지를 파악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A 부장판사가 사직 처리되면서 법관징계회의에 회부할 수 없게 돼 본인으로부터 왜 댓글을 작성했는지 등에 관한 소명을 들을 기회도 없어졌다.

다만, A 부장판사의 댓글이 사건화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그가 사법부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서 댓글 작성 사실의 유출 경위를 수사 의뢰하는 경우 또는 댓글에서 언급된 이들이 그를 모욕이나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고소하는 경우다.

A 부장판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투신의 제왕'이라 비난하는 등 모욕적인 댓글을 다수 작성한 바 있다.

◇ "재판 신뢰 고려해 사직 처리"

A 부장판사가 신속히 사직 처리되자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징계 처분 없이 의원면직 처리해 사직 후 변호사 개업 기회를 살려줬다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법관에 대한 징계는 정직, 감봉, 견책 등으로 제한돼 있다. 검찰 공무원 등에 대해 면직, 파면까지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법관징계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는 정직 1년이다.

대법원으로선 사표를 반려하고 징계 처분을 내려 A 부장판사가 사법부에 계속 남는 경우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 "A 부장판사가 법관직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에 더 큰 손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변호사법 8조는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해 징계 처분을 받은 자'뿐만 아니라 '재직 중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자'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근 등록 절차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변호사 단체 분위기를 볼 때 A 부장판사는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한 것으로 판단돼 개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 '편향적 법관' 장기적 대책 필요

대법원은 A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그를 둘러싼 논란을 되도록 빨리 진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조직 전체와 무관한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는 이른바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올해 대법원 시무식에서 "우리는 신뢰의 탑이 작은 사건 하나로 무너지고 마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며 "정당성을 항상 재점검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최민호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A 부장판사가 저급한 댓글을 수천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양 대법원장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특히 A 부장판사 사건은 법관이 편향적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상당한 파문을 낳았다.

대법원은 지난 5일 최민호 판사 사건과 관련, 비위 의혹이 제기된 판사를 즉시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등 법관 윤리감사를 강화하겠다며 후속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A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사표 수리 이외의 공식 대응이 없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일원화로 법조 경력자에 의한 법관 선발이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A 부장판사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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