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도 밸런타인데이 흥취 물씬…"특별한 날이다"
(아바나<쿠바>=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쿠바 수도 아바나가 14일(현지시간)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들뜬 분위기에 젖었다.
공산국가인 쿠바에서 성탄절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8년 방문하고 난 뒤 공식 휴일로 지정한 것과 달리 밸런타인데이는 즐길 거리가 별로 없는 쿠바인들에게 매년 특별한 의미를 제공했다.
혁명 기념일과 노동절 등을 제외하면 공휴일이 별로 많지 않은 쿠바인들에게 밸런타인데이는 연인에게는 데이트 기회를, 가족에게는 함께 모여 외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주말이기도 한 이날 저녁 아바나 시내의 식당들에는 연인과 가족 단위의 손님으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댔다.
헤밍웨이 선착장에 있는 아바나 유일의 횟집 '산티'에는 저녁 8시에 예약이 꽉 찼다면서 손님을 받지 않았다.
이 횟집의 종업원은 "오늘이 밸런타인데이가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미안해했다.
아바나 해변에 있는 나시오날 등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에도 부유한 계층의 남녀 데이트족들로 만원을 이뤘다.
지난 12일 아바나만에 있는 카바냐성에서 개막한 국제도서전에는 이날 하루 동안 남녀 연인들과 가족 등 1만여 명이 찾아 주말이자 밸런타인데이를 즐겼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정권을 잡고 경제 개혁과 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자영업자가 늘어나자 주머니 사정이 제법 넉넉해진 부류들이 '생활의 여유'를 만끽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 한국인 사업가가 말했다.
평소 넘보지 못하는 고급 호텔에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손님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이애미 등 미국에 사는 친인척들의 송금액이 커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그는 짐작했다.
쿠바에서도 여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이나 꽃 등을 연인에게 선물한다.
쿠바의 관광특구인 마탄사스 주 바라데로 시내에서는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둔 13일 각종 선물을 진열한 대형 판매대가 설치돼 주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아바나 시내의 한 식당에서 남자 친구와 식사를 즐기던 알레한드라(22)는 "밸런타인데이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며 "가족이나 연인이 없으면 오늘은 참 쓸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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