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운상가∼청계상가 공중보행교 복원해 상권 살린다(종합)
서울시 세운상가 재생계획 발표…창업지원으로 산업 고도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청계천 복원 때 철거된 세운상가 가동과 청계상가 간 공중보행교가 다시 생긴다. 일대에 건널목, 보행데크,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걸어서 종묘와 남산까지 닿게 된다.
쇠퇴했지만 여전히 남은 산업생태계와 장인들을 활용한 산업 고도화 프로젝트도 가동돼 상권 부활을 노린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의 '세운상가 활성화(재생) 종합계획'을 24일 발표하고 이를 구체화할 국내외 전문가 대상의 국제공모전을 연다고 밝혔다.
◇ 세운상가 영욕의 50년…최초 도심재개발과 도시재생
세운상가는 일제강점기인 세계 2차대전 말 폭격에 따른 도심 화재를 막으려고 공터로 비워둔 곳으로,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모여들어 불량 주거지가 됐다.
국가는 이를 정비하려고 1960년대 대한민국 최초 도심재개발사업을 벌였으며, 건축가 김수근이 세운상가를 설계했다. 국내 최초 주상복합건물이자 유일한 종합 가전제품 상가였다.
'세상의 기운이 다 모여라(世運)'란 이름 아래 1970년대에는 '세운상가에선 미사일과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이후 강남과 용산이 개발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최근 10년간 이 일대 사업체는 10%가 줄었다.
오세훈 전 시장은 2009년 세운 녹지 축 조성사업을 발표하고 세운상가를 전면 철거하기로 했으나 뒤이어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지난해 3월 철거 계획을 취소하고 도시재생의 상징적인 사업지로 공표했다.
◇ 1㎞ 구간 2단계 정비…공중보행교 복원 '눈길'
세운상가군은 세운초록띠공원(옛 현대상가), 세운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풍전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를 포함하며 종로부터 퇴계로까지 남북으로 약 1㎞에 이른다.
시는 우선 주민협의체를 가동해온 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구간을 1단계로 재생하고, 나머지 삼풍상가∼진양상가 구간 정비는 소유자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하기로 했다.
2005년 청계천 복원 때 없어진 세운상가 가동과 청계상가를 잇는 공중보행교도 다시 만든다. 보행교 철거는 지역 상권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행교 디자인은 청계천 경관을 고려해 미적 수려함과 기능이 담보될 수 있게 전문가를 대상으로 국제공모할 계획이다.
종로구간은 20m 폭의 종묘 어도를 고려해 광폭 건널목을 신설하고, 세운·청계·대림상가의 낡은 보행데크도 정비한다.
세운초록띠공원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개편한다. 시는 앞서 세운상가 완전 철거를 전제로 공원 조성에 967억원을 선투자했지만 계획이 변경되면서 사업자로부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제원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해당 자리에 좋은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한 것이라고 본다"며 "문화공간 조성에는 그렇게 큰 예산이 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청계천 방문객이 자유롭게 보행교를 통해 종묘와 남산으로 갈 수 있게 엘리베이터 등 입체적인 보행 인프라를 설치할 계획이다.
보행로 확보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박물관과 원하는 물건을 장인이 만들어주는 주문제작소 등도 조성한다.
◇ 창업지원으로 산업 고도화…'장인상' 신설
시는 세운상가군의 기존 산업생태계를 21세기형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세운상가군에는 하나의 거대한 공장으로 기능하는 산업생태계가 남아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상가 내 공실을 활용해 도심산업 체험공간과 전시실, 창업 지원 거점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개발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도심산업지원센터와 중소규모 공방도 다양하게 확보해 임대료 상승을 막는다.
아울러 고령이 돼 사라질 위기에 놓인 장인들의 기술력이 계승되도록 '세운 장인상'을 올해 처음 선정해 기술 전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장인상 수상자는 전기·조명·기계금속 등 분야별 업종을 조사하고 종사자 인터뷰,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선정한다.
이 본부장은 "초고층 건축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세운상가군은 남북을 잇는 '수평적 랜드마크'로 거듭날 것"이며 "런던 코인스트리트, 요코하마 아카렌카 창고처럼 낡은 건물을 활용한 재생프로젝트의 성공사례가 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5월까지 국제현상설계공모를 마치고 1단계 구간을 올 11월 착공해 내년 말까지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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