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보수진영 "제네바합의 재판될 수도" 주장
오바마, 이란 핵협상 '타결도, 결렬도' 모두 부담?
'브레이크아웃 타임'이 쟁점…애매한 합의땐 역풍
공화당·보수진영 "제네바합의 재판될 수도" 주장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오는 3월 말로 시한이 다가온 이란 핵협상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협상의 추가 타결과 결렬 가운데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오바마 외교의 전체 성적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남은 2년간의 정치적 운신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특히 이번 협상은 공화당과의 '정치적 기싸움'이라는 요소까지 개입돼 있어 오바마 행정부가 느끼는 긴장도와 압박감은 더욱 커 보인다.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타결하는 쪽으로 가용한 외교력을 '올인'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일 협상이 타결된다면 15년을 끌어온 미국의 '큰 골칫거리'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오바마 외교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수 있다.
특히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36년간 단절돼온 미·이란 외교 관계에 정상화의 극적 돌파구를 열어줄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중동정세 전반에 '이완 효과'를 가져다주면서 미국으로서는 한층 유연한 외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는 오바마 행정부에게 '외교적 재앙'이나 다름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1월 재개된 이란 핵 협상이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된 상황에서 또다시 수포로 돌아갈 경우 '무능 외교'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이란에 핵개발의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고 북한 비핵화는 물론 국제 비확산 체제 전반에 부정적 여파를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3월 말 시한까지 협상을 어떤 식으로든 타결시켜야 하지만, 문제는 과연 미국 정치권과 국내여론을 설득할 만큼의 협상결과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그러나 지난 2일(현지시간)부터 3일째 스위스 제네바 인근 휴양도시 몽트뢰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은 양측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대 쟁점인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를 제조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핵물질을 확보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얼마로 설정할지를 놓고는 입장차가 뚜렷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원심분리기 등 제조시설과 장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최소 1년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애초부터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만큼 브레이크아웃 타임 자체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기술적 조합의 형태와 해석의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신축적일 수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다시 말해 같은 원심분리기 숫자를 놓고도 브레이크아웃 타임이 얼마나 걸리느냐를 놓고 해석이 제각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협상장 주변에서 `실무적 협상은 다 끝났고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의 역학구도를 고려할 때 오바마 행정부가 해석이 모호한 '애매한 합의'를 하는 것은 정치적 위험부담이 크다.
공화당이 이란과의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포장만 그럴듯한' 협상결과를 들고올 경우 역풍을 맞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전철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세의 날을 벼르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마이클 루빈 연구원은 "제네바 합의는 북한에 대한 명백한 양보였으며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데 실패했다"며 "이번 이란 핵협상도 결국 제네바 합의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실시되는 이스라엘 총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3일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와 이란 핵협상을 강력히 비판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공화당으로부터 협상철회 요구 등 더욱 강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협상이 타결돼도, 결렬돼도 부담스런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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