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결별했지만…" 英대법원, 보상청구권 인정
3년 함께 산 백만장자 전 남편 상대 소송 길 열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갈라선 지 30년도 더 지난 전 남편에게 금전적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영국 대법원이 "가능하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캐슬린 와이어트(55)라는 여성이 제기한 항고심에서 전 남편 데일 빈스(53)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정법원이 충분한 고려 없이 와이어트의 주장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만장일치로 이같이 판결했다.
이에 따라 와이어트는 이혼 후 백만장자로 변신한 빈스를 상대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몬머스에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와이어트는 빈스에게 190만 파운드(약 32억원)의 '재정적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21세, 19세이던 1981년 만나 결혼했다. 와이어트에게는 이미 아이가 있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면서 2년 뒤에는 둘 사이에 아들도 태어났지만 그 해 결별했다.
이후 빈스는 그 시절을 풍미했던 뉴에이지에 심취해 앰뷸런스를 개조한 캠핑카를 몰고 여행을 다니다 다른 파트너를 만나 스페인으로 갔다. 두 사람은 1992년 공식적으로 이혼했다.
영국으로 돌아온 빈스는 1996년 은행 융자를 받아 녹색 에너지 기업 에코트리시티를 설립해 성공을 거뒀다. 현재 회사 가치는 570만 파운드(약 96억3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은 현재 빈스와 함께 살며 회사에도 다니고 있다.
와이어트에게 소송의 길을 열어준 재판부는 그러나 두 사람이 헤어진 지 너무 오래됐고 관계가 지속한 기간이 3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유리한 판결을 얻어내기에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다만, 와이어트가 두 사람 사이의 자녀를 오랫동안 양육한 것에 대해 적당한 선에서 재정적인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와이어트의 변호사는 "법원이 와이어트를 지지하고 소송을 계속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명료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빈스는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완전히 종결짓지 못하도록 결정한데 대해 실망했다"면서 "우리의 관계는 30년도 더 넘은 시점에 끝났다"고 반발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인 엘리자베스 힉스는 "이번 판결은 재정적 정리가 완결되지 않았을 경우 언제 이혼했는지에 상관없이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판결은 이혼 당시 모든 금전적 문제를 매듭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혼 뒤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도 분할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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