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송금의 날'이 만들어진 까닭은>
15일 첫 행사…이주민 늘면서 해외송금 증가, 과도한 수수료 비판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오는 15일은 처음 맞는 '세계 송금의 날'(World Money Transfer Day)이다. 이름부터 생소한 이 날은 영국의 유명인사들과 국제이주기구(IOM), 아지모(azimo)를 비롯한 온라인 송금업체가 의기투합하면서 탄생했다.
이들은 이주민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과도한 송금 수수료를 낮추자는 취지에서 올해부터 매년 15일을 '세계 송금의 날'을 정하고 장기적인 캠페인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이날 참여 업체들은 당일 송금 및 환전 수수료를 면제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재무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캠페인의 배경에는 날로 늘어가는 이주민의 해외송금이 자리하고 있다.
◇ 이주민 증가로 해외송금 5천억 달러 돌파 = 지난달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세계은행(IBRD)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이주민들이 본국으로 보낸 송금액은 2000년 이후 세 배가 늘면서 2012년 5천290억 달러에 달했다. 각 나라의 이주민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같은 기간 세계의 이민자는 30% 증가했다.
여기서 '송금(remittance)'은 이주민이 금융기관을 통해 이체한 돈으로, 해외에 근로자를 파견한 기업이 임금 등으로 지급하기 위해 부친 돈도 포함된다.
세계은행은 음성적인 경로를 포함하면 실제 송금액은 수십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선진국일수록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많았지만 한국은 유입액이 유출액보다 4배 이상 많았다. 2012년 재미동포 등 해외 이주민이 우리나라로 보낸 돈은 110억 달러였지만, 해외송금으로 빠져나간 돈은 27억8천만 달러였다.
한국으로의 송금액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57억 달러였고, 일본 31억 달러, 캐나다 6억 달러 순이었다.
반대로 한국으로부터의 송금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이었다. 중국으로 간 송금액은 19억 달러로 전체 유출액의 70%를 차지했고, 베트남 1.8억 달러, 필리핀 1.5억 달러, 몽골 1.1억 달러 순이었다. 상당액이 조선족 등 이주 노동자를 통한 송금으로 추정된다.
◇ 저소득 개발국가의 성장 씨앗 = 해외송금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저개발 국가일수록 크다. 과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 '국제시장' 속 주인공이 파독광부 생활 3년 만에 번듯한 집을 장만한 것처럼 1960년대 파독 근로자들이 보낸 돈은 우리 경제의 든든한 토대가 됐다. 1965년부터 10년간 파독근로자의 국내 송금액은 1억 달러에 달했다.
오늘날 많은 저개발국 출신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보내주는 돈은 이들 국가 경제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2013년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네팔은 해외송금으로 유입된 돈이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9%를 차지했고, 라이베이라(20%), 온두라스(17%), 엘살바도르(16%), 필리핀(10%) 등도 의존도가 높았다.
GDP에서 해외송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소득 국가는 평균 1%에 불과했지만 저소득 국가는 8%에 달했다.
◇ 과도한 수수료 비판…'국부 유출' 반감도 = 해외송금이 늘면서 과도한 송금 수수료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전신 송금 수수료는 송금 신청을 받는 은행의 수수료부터 중계 은행이 떼가는 중계 수수료, 은행 간 통신망 이용비인 전신료, 여기에 돈을 지급하는 현지 은행이 받는 수신 수수료까지 모두 네 단계에 걸쳐 부과된다.
나라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난 2013년말 해외송금 수수료율은 평균 8%에 달했다. 100 달러를 송금하면 8 달러가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최근 온라인과 모바일 송금이 증가하면서 평균 수수료율이 점차 낮아지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송금 수수료가 싸지만 송금액이 커질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저소득 계층의 부담이 크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최소 50 달러가량이 수수료로 나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는 불법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대구에서는 대포통장을 이용해 외국인 글로자 500여 명으로부터 36억원을 받아 불법 송금한 다문화가정 부부가 검거되기도 했다.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수수료 인하를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2006년부터 이 문제를논의하기 시작했고, 한국은 지난해 12월 베트남을 시작으로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는 '국가간 송금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주민들의 해외 송금 자체에 대한 반감은 또 다른 문제다.
일부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국부 유출'로 국가 경제에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주단체 관계자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주민지원단체 희망의친구들 김미선 상임이사는 "과거 우리나라의 파독 근로자들이 그랬듯이 이주 노동자가 본국으로 보내는 돈은 그들의 가족과 고국의 발전을 돕는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불평등한 구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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