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제생에서 영웅으로 거듭난 여덟 살 구조견 '세중'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3-15 0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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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 동안 20명 구조·발견…'영웅소방관' 김용덕 핸들러 "공감의 결과"
△ (서울=연합뉴스) 영웅이 된 낙제생 구조견 `세중'(부산 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 인명구조견. 8세. 독일 셰퍼드 수컷)과 핸들러 김용덕(42) 소방위. << 부산 소방안전본부 제공 >> photo@yna.co.kr

낙제생에서 영웅으로 거듭난 여덟 살 구조견 '세중'

4년 반 동안 20명 구조·발견…'영웅소방관' 김용덕 핸들러 "공감의 결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작년 말 부산 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 소속 김용덕(42) 소방위는 한 외국계 기업이 선정한 '영웅 소방관'에 선정됐다. 시상식 단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에게 주어진 영광의 절반은 다른 이의 몫이었다.

인명 구조견 '세중'이 얘기다.

독일 셰퍼드 수컷인 세중이는 2006년생으로 만으로 여덟 살이다.

작년 한 해 조난자 등 4명을 살렸고, 시신 3구를 찾아내 가족 품에 안겼다.

지난해 전국 소방본부에 배치된 인명 구조견 총 22마리가 26명(생존자 16명)을 발견한 성과와 견줘 보면 세중이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구조견 인명구조 실적의 4분의 1 이상을 '김용덕-세중 팀'이 해 낸 것이다.

세중이는 2010년 10월 부산 특수구조단에 배치돼 김 소방위와 짝을 이룬 뒤 이듬해 시신 3구를 발견한 데 이어 2012년 7명을 살려냈다.

2013년에도 3명(생존자 1명)을 발견한 데 이어 작년에도 최고의 활약상을 보여 파트너 김 소방위와 함께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

구조견 경진대회에서도 우승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세중이가 강아지 때부터 명견은 아니었다.

구조견이 통상 생후 2년이 되면 현장에 배치되는데, 세중이는 번번이 시험에 미끄러져 5년 정도 지난 2010년 10월에야 간신히 구조견 조끼를 입을 수 있었다.

세중이가 최고 구조견으로 거듭난 건 핸들러 김 소방위를 만나고 나서부터다.

김 소방위는 세중이를 처음 본 순간 뛰어난 동료가 될 것을 예감했다고 한다.

그는 15일 "세중이를 처음 봤을 때 스피드와 체력만큼은 최고였다. 정성을 쏟아 다듬으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2010년 당시를 떠올렸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는 산악지역 임무가 잦아 구조견에게 상당한 스피드와 체력을 요구한다.

김 소방위는 "혹한에 칠흑같은 산중에서 의지할 상대는 서로뿐"이라며 최고의 구조팀이 된 비결로 '공감'과 '훈련'을 꼽았다.

4년 반을 동고동락한 김 소방위는 이제 세중이의 표정이 다 보인다고 한다.

그는 "얼굴만 흘깃 봐도 '오늘 훈련하기 싫어요'라든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요' 같은 세중이의 기분이 다 보인다"고 했다.

세중이는 올해나 내년이면 구조견 조끼를 벗고 일반 가정에 분양된다. 나이가 들면 체력을 요구하는 구조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소방위는 "헤어질 생각을 하면 섭섭하다"면서도 "고된 임무를 마치고 나서 좋은 가정에서 편히 여생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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