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서커스단 동물 4천마리 오갈데 없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3-17 0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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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금지법 탓에 '실업자' 신세

멕시코 서커스단 동물 4천마리 오갈데 없어

동물 학대 금지법 탓에 '실업자' 신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멕시코 전역의 서커스단에 소속된 동물 수 천마리가 '실업자'이자 '이재민'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연방의회가 작년 말 서커스단에서 동물들이 재주를 부리게 하는 것이 학대에 해당한다면서 동물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관련 법은 오는 7월부터 발효되지만 이미 호랑이, 사자, 코끼리, 얼룩말 등 동물을 이용하는 여러 개의 서커스단이 문을 닫는가 하면 상당수의 곡예사와 조련사들이 이미 일자리를 잃었다.

멕시코 정부는 전국의 서커스단이 보유한 동물들이 2천 마리라고 파악하고 있으나 멕시코서커스운영자협의회 회장을 맡은 아르만도 세데노는 실제로는 4천 마리에 가깝다고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추산했다.

정부는 서커스단이 보유한 동물들은 다른 동물원에 수용하거나 야생에 되돌려 보내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서커스단이 해체되거나 단원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관련법은 오히려 이들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서커스운영자협회는 주장하고 있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게 곡예사의 말을 듣고 조련사의 사육에 익숙해져 온 서커스단의 동물들은 환경이 다른 곳에서 현저하게 적응 능력이 떨어져 병에 걸리거나 폐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멕시코 한 서커스단에 소속된 곡예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동물들은 십 년 넘게 함께 생활하면서 한솥밭을 먹은 식구나 마찬가지"라면서 "서커스단을 떠나면 쉽게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커스단에서 재주를 부리던 동물들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할만한 동물원이 많지도 않거니와 선뜻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는 곳도 쉽게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중부 푸에블라 주에서 한 야당의원이 소유한 동물원에서 호랑이, 사자, 퓨마 등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대를 받는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100여 마리를 구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커스단의 동물은 학대받는 것으로 법으로 규정됐지만, 투우사들이 칼로 황소를 죽이는 투우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우장을 가진 멕시코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다.

10대 소년들까지 투우사로 등장하는 멕시코에서는 투우가 위험한데다 동물들을 학대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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