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스승님" 목월 탄생 100주년 제자들 시집 헌정
백일장·시낭송 등 기념행사 '다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눈 맑은 청노루 하나 / 타박타박 홀로 눈밭을 걷다가 / 고개 들어 문득 / 뒤돌아본다 / 하이얗게 눈 덮인 겨울 산등성, / 앙상한 나목 사이로 / 달빛은 찬란히 쏟아지는데…"(박목월)
청록파 시인으로 유명한 박목월(1915~1978)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인에게 헌정한 시다. 그는 고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박목월 시인의 탄생을 기념하는 헌정 시집 '적막한 식욕'(문학세계사 펴냄)이 고인의 탄생 100주년(24일)을 일주일 앞둔 17일 출간됐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오세영·허영자·김종해·이건청·신달자를 비롯해 정호승·김종해·유재영·이상호·조정권 등 문하 문인 40명의 시가 담겼다. 고인이 교편을 잡았던 한양대에서 직접 배운 시인들과 고인의 추천으로 등단했거나 평소 고인과 교류를 했던 시인들의 시다.
세상을 떠난 지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엄격한 스승으로서, 따스한 인간으로서 박목월 시인은 제자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헌정시집에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시편이 여럿 수록됐다.
"스승 목월 내외분이 우리집에 오셨다 / 상계동 저녁 어스름이 하늘에 깔리고 / 그 밑에서 불암산이 발을 씻고 있었다 / 목월은 지팡이로 불암산을 가리키며 / 그놈 참 자하산 같구나…"(김종해 '저녁밥상')
"선생님, 저 왔습니다…선생님, 한밤에 연필 까는 소리 / 사각사각 빈뜰에 눈이 옵니다 / 19문 반 고무신이 묻힙니다 / 선생님, 너무 늦었습니다 / 원효로 종점 근처 목월 공원에도 / 눈이 옵니다…"(이명수 '원효로 4가 5번지')
이건청 목월문학포럼 회장은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으면서 간행된 이 시집은 선생 문하의 시인들이 선생께 올리는 존경과 감사의 꽃다발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생의 시는 모국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드러내고, 한국인의 고유정서를 노래했으며 혹독한 수난의 시기에 언젠가 도래할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서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아들인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도 부친의 100주년에 맞춰 육필 초고 노트에 담긴 시를 묶어 늦어도 5월까지 시집으로 펴낼 계획이다.
시인이 연필로 쓴 육필 초고 노트는 200권에 이르며 여기에는 1945년부터 20~30년간 쓴 시 80여 편이 담겨 있다.
한편, 박목월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는 24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김남조 시인과 문정희 시인의 추모사, 헌정시집 증정, 유족 대표인사, 오세영·신달자 시인의 시낭송 등의 순으로 꾸며진다.
기념식을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백일장, 추모전시, 음악회, 동요 경연대회, 목월시 공원 개원식, 생가 개관 1주년 기념 시낭송 및 가곡 향연 등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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