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과거·현재·미래 다룬 보고서 출간
글로벌 디아스포라로 확산…남북통일 후 사회통합 역량 지표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대한민국에서 이주노동자만큼이나 낯설고 먼 변방의 존재로 인식돼온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북한이탈주민의 글로벌 디아스포라 현상에 대한 연구의 하나로 김복수 한국학대학원 사회과학부 교수, 한미라 경기도 여성비전센터 여성고용창출팀장 등 학자와 실무자 8명이 참여한 '21세기 디아스포라 북한이탈주민'을 최근 발간했다.
윤지선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실장은 1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북한을 탈출하여 국내에 입국한 사람'을 월남자, 귀순용사,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등 다양하게 지칭해 왔는데 용어의 정리가 필요하다"며 "북한이탈주민이란 '북한에 주소·직계가족·배우자·직장 등을 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나고 나서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법률용어"라고 설명했다.
저자로 참여한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이 극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 문제는 남북을 넘어서 세계적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북한이탈주민은 초기에는 주로 남한과 중국행을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으로 이주하면서 글로벌 디아스포라 현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발표로는 2014년 10월 말까지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입국자는 2만 7천253명으로 2012년 이후 매년 1천500여 명이 지속적으로 입국하는 추세다.
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국내외 지원 정책과 제도 전반을 고찰하고 정착자들 인터뷰와 통계·문헌 등을 통해 국내외 정착·적응 실태 및 문제점을 세부 주제별로 분석하고 대안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탈주민들은 인터뷰에서 자신을 온전히 사회구성원으로 보지 않고 '별개인'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신하평(40·남·가명) 씨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이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며 사는데 매스컴에서 탈북자 자녀의 학교생활 부적응 등 문제가 되는 사례를 부각시켜서 '문제집단' 또는 '사회적 약자'로 부각시킬 때 마음이 씁쓸하다"며 "다 정리하고 그런 소리 안 듣는 나라에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고 털어놓았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을 표시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탈북해서 중국에서 조선족과 재혼해 한국으로 건너온 조재연(여·가명) 씨는 "중국으로 건너와 3년간 참 많은 고생을 했는데 그게 다 북한에 부모 등 가족을 두고 혼자 온 죗값을 치르는 거로 생각했다"며 "그 멍에를 앞으로도 계속 지고 갈 것이라서 지금의 가족에 대한 애착도 그만큼 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다 탈북한 박성지(40·여·가명) 씨는 "북한에서는 초·중·고에서 한 교사가 계속 담임을 맡으면서 학업 성적 등 모든 걸 책임지고 있는데 남한은 매년 바뀌다 보니 지속적인 지도가 부족한 거 같다"며 "북한의 교육제도에서도 좋은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정착 문제는 통일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 모두의 미래 삶과 직결된다"며 "정착 과정을 통해 통일 후 남북한사회 통합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학습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통일 역량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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