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럽사령관 "우크라이나에 무기제공 안돼"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벤 호지스 유럽주둔 미군 사령관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구상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17일 보도했다.
호지스 사령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기 제공이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전력에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못되며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외교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외교적 수단을 사용해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보호하는 한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 분열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면서 "무기제공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무기 제공이 러시아가 비싼 대가를 치르도록 할 수 있다는 주장들이 타당하기는 하지만 타당한 주장이 정책화 돼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제공한 무기가 자칫 실수로라도 민간인을 살상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특히 호지스 사령관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주둔중인 러시아 병력의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들 병력이 우크라이나 항구도시이자 도네츠크 남부의 해상교통 거점인 마리우폴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햇다고 밝혔다.
호지스 사령관의 이러한 언급은 미국 정부가 직면한 선택의 어려움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살상용 무기 제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과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도 같은 견해를 표명했다.
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해 공화당과 민주당 하원의원 11명도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방어무기를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유럽의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 자칫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미국의 무기제공 시나리오에 부정적이다.
이런 점에서 호지스 사령관의 이날 언급이 '평화로 가는 길은 무기로 포장될 수 없다'는 지난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의 지적을 떠올리게 한다고 FP는 전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못한 점을 들어 무기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물론 속내는 무기 제공이 러시아와의 긴장을 높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작전 강화의 빌미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FP는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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