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 낮추기 '시동'
TANAP 프로젝트 착공…향후 서유럽 연결 추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러시아 가스 의존을 낮추려는 유럽의 원대한 계획이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아제르바이잔의 카스피해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터키로 공급하는 '트랜스 아나톨리안 가스관'(TANAP) 사업이 지난 17일(현지시간) 터키 동북부 카스에서 착공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착공식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일함 알리예브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게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 등 세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TANAP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낮추려는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전략인 '남부 가스 회랑'(SGC)에 포함된 가스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유럽은 SGC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이라크 등을 새로운 가스 공급원으로 삼아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100억 달러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TANAP은 영국 석유·가스회사 BP 주도로 아제르바이잔의 흑해 연안 샤 데니즈 유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터키 서부 해안까지 수송한다.
TANAP 지분 12%를 보유한 영국 석유·가스회사 BP는 세계 석유·가스업계에서 "매우 중요하고 야심한 프로젝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BP 이외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 Socar, 터키 국영 가스·석유회사 Botas 등 11개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가스 공급은 2019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량은 연간 160억㎥다.
이후 TAP는 그리스~알바니아~아드리아해~이탈리아를 잇는 '트랜스 아드리아틱 스관(TAP)' 프로젝트와 연계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TANAP 주요 사업 참여자들이 TAP 컨소시엄에도 참여해 두 가스관의 연결을 협력하고 있다.
이 수준에 이르면 카스피해 가스가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공급된다.
러시아는 EU의 SGC에 대항해 흑해에서 불가리아와 세르비아 등 동유럽을 거쳐 이탈리아로 연결되는 육로가스관 '사우스 스트림'(South Stream) 건설을 추진했으나 EU의 반대 움직임에 가로막혀 철회했다.
대신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로 이어지는 '터키 스트림'을 통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은 유럽은 러시아 가스가 터키 허브를 통해 유럽에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는 러시아 가스 의존을 낮추려는 EU와 이를 저지하려는 러시아가 터키 루트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터키는 EU와 러시아 양쪽 모두에 기회를 제공하면서 실리를 취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TANAP는 '터키 스트림'의 경쟁자가 아니라면서 TANAP 프로젝트에 정치적 장애물이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