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고속도로변 '불법 광고판' 철거 '뭉그적'
전국에 300여개 산재…행자부 "옥외광고물법 위반" 철거 지시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고속도로 주변에 설치된 대형 옥외 광고판 운영을 놓고 광역·기초 자치단체가 고민에 빠져 있다.
개정된 옥외광고물 관리법에 따라 지자체들이 고속도로 500m 이내에 설치한 일명 '야립 간판'으로 불리는 대형 광고판을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고속도로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광고 효과가 상당한데다 광고에 드는 비용도 많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사리 철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5일 충북도에 따르면 정부가 관련 법을 개정, 지자체가 운영하는 옥외광고판 철거를 지시한 것은 2008년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충북도와 옛 청원군을 포함, 12개 시·군 소유의 옥외 광고판은 71개에 달했다.
정부가 2011년 7월까지 3년의 유예 기간을 준 뒤 매년 정비를 지시하면서 28개(39.4%)가 철거됐지만 지금도 43개가 남아 있다.
지방재정공제회 산하 한국옥외광고센터가 파악한 고속도로 주변의 불법 광고판은 전국적으로 300여 개에 달한다. 광고판 철거 고민이 비단 충북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고속도로변 불법 광고판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더 철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도와 각 시·군이 매년 철거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시늉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도내 43개의 옥외광고판을 연내에 모두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광고판 1개를 철거하는 데도 수천만원이 소요되는데 관련 예산은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고속도로변 대형 광고판을 활용, 홍보하고 싶은 축제도 적지 않아 최대한 철거를 늦출 심산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9∼10월 열릴 괴산 세계 유기농 산업엑스포를 홍보하는 중이고 B2B(기업 간 거래) 방식의 바이오 산업엑스포 홍보에도 이 광고판을 활용하려고 한다.
충북 11개 시·군 중 고속도로변 옥외광고판이 가장 많은 청주시(옛 청원군 포함)도 2008년 법 개정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18개의 불법 광고판 가운데 3개만 철거, 시늉만 했다.
제천시는 16개 중 7개를 철거했지만 여전히 9개를 남겨놓고 있다.
지자체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행정자치부는 조만간 공문을 발송, 불법 광고판을 신속히 철거하라고 지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지자체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속도로 주변의 합법적인 광고판은 옥외광고센터 소유 외에는 없다.
충북 관할 고속도로변에는 이 센터가 운영하는 광고판이 3개밖에 없어 경쟁이 치열하고, 한 달에 개당 2천만∼3천만원에 달하는 이용료도 지자체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차라리 관련법을 개정, 안전성을 확보토록 해 기존 광고판을 양성화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무작정 광고판을 철거하라고만 다그칠 게 아니라 기존의 광고판을 양성화시키는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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