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확대 진출 장점 있다…뉴노멀 방향 관망도 필요"
<흔들리는 중국시장> ⑤중서부 진출이 대안인가
성장·인프라 개선속도 빠르고 韓대기업 잇단 진출
"내수 확대 진출 장점 있다…뉴노멀 방향 관망도 필요"
(충칭·청두·상하이=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 중국의 '신(新) 성장지대' 중서부가 한국기업에도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인가?
중국이 고속 성장에서 중속 성장으로 전환하는 '뉴노멀'(New normal·신창타이<新常態>)'에 적응하며 활로를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다양한 고민들 가운데 하나다.
이런 가운데 2012년 8월 중국 서부 충칭(重慶)에서 생산을 시작해 올해로 현지 생산 3년째를 맞은 한국타이어 충칭공장을 지난23일 찾았다.
정성호 공장장은 충칭시 장베이(江北)에 있는 공장에서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충칭에 진출해 4단계 공장설립 목표 가운데 2단계를 거의 완성한 상태"라며 "오는 10월 2공장을 완공하면 하루 1만6천 개 생산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1994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한국타이어는 중국 동부 저장(浙江)성 자싱(嘉興)과 장쑤(江蘇)성 화이안(淮安)에 이어 충칭에 공장을 설립해 한때 중국 시장 점유율 25%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현재도 15% 안팎을 유지하는 타이어업계의 강자다.
정 공장장은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난립에 따라 생산 과잉과 저가 공세에 대한 대응하기 위해 수출 비중을 다소 높인 상태"라면서 "시장 상황이 다시 안정되는 대로 내수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류를 비롯한 인프라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인력 수급 등 어려움도 있지만 서부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진출에 따른 장점이 많다"고 전했다.
충칭에 진출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후공정 생산에 들어갔다. 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에 있는 우시(無錫)공장과 함께 중국 현지생산의 양대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도 5공장을 이곳에 짓기 위해 부지를 확보했다.
포스코, 한화, 두산 등 한국 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충칭은 내륙항인 춘탄(寸灘)항과 궈위안(果園)항을 통한 물류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창장(長江)과 이어지는 궈위안항은 부두와 철로를 함께 갖춘 '수철(水鐵)연계운송기지'로 100억 위안(약 1조8천억 원)을 들여 중국 최대의 내륙항으로 개발된다. 현재도 일부 가동 중이며 연내 완공될 예정이다.
충칭과 함께 서부지역의 '3대 거점도시'로 꼽히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도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고 있다.
구매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해 서부 진출의 출발지로 부상한 청두에는 현대차 상용차, 포스코, 휴비스 등이 제조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롯데는 2013년 8월 청두에 중국 내 4번째 점포인 롯데백화점 청두점을 열어 해마다 매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극장, 쇼핑몰, 호텔 등을 한 곳에 건설하는 '복합 프로젝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장병송 코트라 청두무역관장은 "청두지역은 유난히 구매력이 높은 곳"이라며 "기업들이 내수시장 확대를 추진할 때 진출지역으로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천년 고도'인 시안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LG상사, 심텍, 다산네트웍스 등 IT(정보기술)기업을 위주로 한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삼성의 경우는 호텔신라의 진출을 위해 반도체 공장 인근에 부지까지 마련했다.
이와 함께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역도 자동차부품, 태양광, 바이오 등 산업기반과 인력자원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화학이 지난해 7월 중국 최대 석유기업인 시노펙(SINOPEC)과 손잡고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우한에 설립했으며, POSCO-CDPC도 우한에 2공장을 짓고 있다.
한영섭 주(駐)우한한국총영사관 총영사는 "우한을 비롯한 중부지역은 개방과 발전이 늦은 만큼 앞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최근 성장 속도도 동부지역에 비해 빨라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공간도 넓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서부지역이 새로운 관심을 끄는 것은 중국이 다양한 정책을 통해 '미래의 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판 '새마을 운동'인 도시화 정책과 더불어 장기 국토 균형 발전전략인 '서부대개발'과 '실크로드 경제벨트'가 본격 추진되면서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서부대개발은 1단계 인프라 보강(2001~2010), 2단계 거점 집중 육성(2011~2030), 3단계 서부 전역 개발 확대(2031~2050) 등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올해 '양회'(兩會) 기간 쓰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대표단에 "중국 경제발전의 최대 여지는 서부에 있다"며 "서부대개발의 '선도양'(領頭羊)이 돼서 내륙 개혁·개방의 최전선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와 시진핑표 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두 바퀴 중 한쪽인 실크로드 경제벨트는 아시아권의 교통운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럽까지 연결해 인구 30억 명의 거대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청두에서 폴란드 로츠까지 운행하는 '룽어우쾌속철도'(蓉歐快鐵)를 비롯해 충칭, 시안, 우한 등에서 유럽을 오가는 화물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위신어우철도'(유<삼수변에 兪>新歐鐵路:충칭~독일 뒤스부르크), 장안호국제화물열차(長安號國際貨運班列:시안~네덜란드 로테르담), 한신어우철도(漢新歐鐵路:우한~체코) 등 국제 화물열차들은 1만㎞ 안팎의 대륙을 오가고 있다.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으로 다양하게 추진하는 발전 전략이 맞물리면서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는 중서부를 새롭게 보는 시각이 필요한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중국 서부지역 사정에 밝은 고위 전문가는 "서부가 근래 들어 성장도 빠르고 발전 가능성이 많다"면서 "다만, 중국이 뉴노멀시대를 맞아 강력히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방향을 관망하며 투자 규모나 시점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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