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세월호 희생자들 화폭에 담은 김형대씨
"시간 걸려도 희생자 모두 그릴 것"…16일부터 작업실서 전시회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전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 16일.
부산시 수영구에 사는 미술작가 김형대(49)씨는 도저히 붓을 들 수 없었다.
"아이들이 배 안에서 죽어가는데, 어른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들어 부끄러웠습니다"
평생 붓을 들지 못할 것 같다는 절망에 빠졌다.
그러다가 문득 작가로서 시대상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붓을 들기 전에 세월호 참사 현장인 팽목항을 두 차례 다녀오고 광화문도 답사했다.
바다에 빠진 세월호, 권력자를 조롱하거나 비웃는 듯한 탈, 교복을 입은 단원고 학생 등 16점의 그림이 그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
경성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화학물감을 버리고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며 찾아낸 한지, 흙, 유약을 선택했다.
두꺼운 한지에 곱게 간 흙을 발라 만든 것을 캔버스 대신 사용했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아직도 맹골수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9명의 희생자를 생각하며 그린 그림에는 모란꽃에 아이들의 얼굴이 들어가 있다.
그는 "아이들을 꽃밭에 그려놓았지만 우리를 꾸짖는 것 같아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하기 나름이다"라며 탈이 그려진 그림을 가리켰다.
"조선시대 서민들은 탈을 쓰고 권력자를 조롱하고 꾸짖기도 했지요"
6∼7개월 동안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10시간 이상 세월호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1주년인 16일부터 이달 말까지 주택가 골목길에 있는 작업실에서 개인전시회를 연다.
몇몇 화랑에 전시를 제안했으나 '이런 그림은 판매가 어렵다'며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전에도 작업실에서 두 차례 개인전시회를 한 적이 있다.
김씨는 "사실 화랑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 문턱이 높다"며 "작업실에서 전시회를 해보니 동네사람들이 좋아했다"고 말했다.
부산민족미술협회와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회 회원인 그는 세월호 이전에는 주로 부산의 산복도로 등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했다.
전업작가로서 30년 가까이 살았던 김씨는 물감 비용을 걱정할 정도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모든 이를 그림에 담을 계획이다.
"미약하지만 앞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화폭에 담을 겁니다"
그는 왜 현대사회에서 생명을 천대하는지 미술가의 눈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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