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력인사들, 성폭행범 탄원서 제출 놓고 설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04 10:52:28
  • -
  • +
  • 인쇄
재력가 아들 위한 탄원에 여성장관 등 "입지 축소" 반발

호주 유력인사들, 성폭행범 탄원서 제출 놓고 설전

재력가 아들 위한 탄원에 여성장관 등 "입지 축소" 반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시드니에서 지역 유력인사들이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재력가 집안의 아들을 위해 탄원서를 써준 것을 놓고 날 선 비난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드니가 포함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성폭력담당 장관과 여성계는 유력인사들의 탄원서 때문에 선고 형량이 가볍다며 검찰에 적극 대응을 촉구하고 있고, 변호사들은 탄원서를 걸고 넘어가는 것은 법정 모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시드니 재력가의 아들(23)이 2013년 5월 아버지가 공동소유자로 있는 유흥가의 유명 나이트클럽을 찾은 여성(18)을 유인, 성폭행하면서 비롯됐다.

가해자는 이후 자신의 행위를 자랑이라며 주위에 늘어놓았다. 또 그의 휴대전화에 많은 여성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고 피해 여성은 마지막에 이름이 추가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27일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성폭행이 '나이트클럽 소유주의 아들'이라는사실에 치기가 발동, "충동적이고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가해자에게 최소 3년, 최장 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선고에 앞서 시드니 권역 내 자치단체장과 지역 프로럭비팀 회장, 시드니 주재 그리스 총영사 등 유력인사들이 가해자가 "점잖고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며 탄원서를 낸 상태였다.

그리스정교회 교구 주임사제와 신부는 탄원서에서 가해자가 '부당하게 고통을 받고 있다'는 주장까지 폈다. 가해자는 그리스 이민자 집안 출신이다.

판결로 잠잠해질 듯하던 이 사건은 여성인 프루 고워드 NSW주 가정폭력·성폭력예방 장관이 탄원서를 낸 유력인사들을 지난 2일 공개 비난하면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됐다. 고워드 장관은 늘어나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예방을 위해 NSW 주정부가 전날 신설한 부서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됐다.

고워드 장관은 가해자를 옹호한 사람들의 행위가 결국 자신들의 입지를 좁히게 될 것이라며 향후 그같은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피해자에게는 가해자뿐만 아니라 지역 저명인사들과도 싸워야 한다는 부담을 줘 신고도 꺼리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SW 변호사협회는 고워드 장관의 발언이 경솔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 측은 흉악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를 위해 탄원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며 "탄원서를 쓰는 사람들에 대해 모욕하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는 법정 모독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활동을 하는 카렌 윌리스는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부자나 영향력이 있는 이는 탄원서를 낼 때 품성을 제대로 알아볼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선처만을 요구한다"며 집안이나 지위 때문에 더 가벼운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