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충무공'과 '진해'…그 절묘한 만남

전형득 기자 / 기사승인 : 2015-04-06 09: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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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진해군항제…해군 창설 70주년 맞아 의미 더해


[부자동네타임즈 전형득기자]  화려함! 우아함! 일제히 피어난 벚꽃들이 봄을 맘껏 노래한다. 벚꽃 중 으뜸은 역시 이름처럼 멋지고 품격있는 왕벚나무. 다섯 개의 연분홍 꽃잎이 하나의 개체를 이루고 그 개체들은 다시 화사한 군집을 이뤄 기다란 꽃터널을 연출해낸다.

해마다 4월 초가 되면 진해는 벚꽃 세상으로 탈바꿈한다. 소리 없는 봄의 찬가! 100여 년 묵은 벚나무 36만여 그루가 펼쳐내는 지상의 파노라마다. 이 벚꽃들의 잔치를 보기 위해 해마다 300만 명가량의 상춘객이 방방곡곡에서 몰려든다. 참고로, 진해의 인구는 18만명 정도다.











벚꽃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 그리고 진해가 연출해내는 벚꽃의 대향연 '진해군항제'. 제53회 진해군항제가 지난 1일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군항제는 열흘 동안 여좌천, 경화역, 안민고갯길, 장복산, 제황산 등 벚꽃 명소에서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환희의 꽃세상!

벚꽃과 충무공 이순신, 진해는 어떻게 오늘날과 같은 인연을 맺게 됐을까? 군항제를 계기로 그 절묘한 '삼각관계'를 곰곰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보이는 만큼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남녘의 진해는 항구로서 천혜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해군군수사령부를 비롯한 주요 부대가 이곳에 있고, 해군 양성의 요람인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교육사령부가 여기에 터를 잡고 있음은 당연하다 싶다. 일제는 이곳의 강점을 십분 이용했다. 현재의 해군기지사령부인 진해요항부 등을 설치하고 해양의 군사 요충지로 삼았던 것이다.

지금 진해에 꽃이 만발한 벚나무는 바로 일제시기에 심어진 것들. 일제는 대한제국을 강제병합한 뒤 진해에 군항을 설치하면서 도시 미화를 위해 일본의 상징화인 벚꽃을 심었다. 하지만 광복 후에는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 속에 한때 마구 베어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의 벚나무들이 제거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것은 이곳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였음이 알려지면서였다. 식물학자 박만규·부종유 씨는 1962년 진해의 벚나무가 제주 토종의 왕벚나무라고 밝힘에 따라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지금의 축제 주인공이 되고 있는 것.











충무공 이순신과 진해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 직접적 계기는 임진왜란 발발 직후인 1592년 8월 16일의 안골포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진해 안골포에서 왜선을 격멸해 반전의 큰 계기를 마련한다. 여기서 군함 42척이 모두 격침된 왜군으로선 호남 진출의 길이 막혔고, 평양에 진출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왜군도 보급 문제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광복 후 진해는 한국 해군의 요람으로 거듭난다. 1945년에 창설된 해군은 이듬해 1월 진해에 지금의 군수사령부 안에 '해군병학교'를 설립하고 다시 2년 뒤인 1948년 10월에는 진해 옥포만의 현 해군사관학교 부지로 이전한다. 명칭이 지금처럼 바뀐 것은 이듬해 1월이었다.

진해에 한국 최초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이 건립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한국전쟁 시기인 1952년 4월 진해구 북원로터리에 높이 5미터의 동상이 세워진 것. 이로써 역사 속의 충무공은 현재적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참고로, 서울 세종로의 이순신 장군 동상은 높이 6.5미터로 한참 뒤인 1968년 4월 충무공 탄신일에 맞춰 건립됐다.

진해군항제가 개최된 배경에는 바로 이 충무공 동상도 한몫하고 있다. 건립 첫해부터 10여년 동안 추모제 형식으로 열렸으나 1963년부터는 진해군항제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 이로써 벚꽃과 충무공과 진해가 한데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 펼쳐지게 됐다.

올해 군항제는 해군 창설 70주년과 겹쳐 의미가 더하다. 해군은 진해군악의장페스티벌과 한·미 군악대 합동연주회를 열어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더욱 즐겁게 했다. 벚꽃 가로수 화려한 진해 시내도로를 따라 3일 펼쳐진 충무공 이순신 장군 승전행차는 시공을 초월한 만남의 자리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을 알고 벚꽃길을 걷는다면 감흥이 한층 크고 새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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