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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한공연하는 뮤지컬 '캣츠' 주연 배우 에린 코넬(그라자벨라 역.오른쪽)과 얼 그레고리(럼 텀 터거 역.왼쪽) |
"한국 관객들은 특별해…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앙코르 공연하는 뮤지컬 '캣츠' 배우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한국 관객들은 다른 어느 나라 관객들보다 따뜻합니다. 다른 나라 무대에서 공연할 때 계속 생각이 날 정도로요."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꼽히는 '캣츠' 오리지널팀이 이달 10일∼5월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4주간의 앙코르 공연을 한다. 지난해 6∼8월 6년 만의 내한공연 후 7개월여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것이다.
'캣츠'는 198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이후 전 세계 30개국 300개 도시에서 7천300만명 이상의 관객과 만난 작품이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를 그린 뮤지컬로, 야성적이고 신비로운 고양이로 분장한 배우들이 정교한 동작과 화려한 춤, 환상적인 무대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한국 공연 이후 싱가포르, 마카오를 거쳐 이번에 다시 내한하는 '캣츠' 월드투어팀은 영국과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구성됐다.
지난 3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난 주연 배우 에린 코넬(29·그라자벨라 역)과 얼 그레고리(32·럼 텀 터거 역)는 한국 관객과 재회하게 된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마카오 공연을 하면서도 계속 한국 관객들이 생각났어요. 다른 나라 관객들이 차분하게 공연을 감상한다면 한국 관객들은 호응도 정말 좋고 무엇보다 배우들 편에 서서 응원해주고 공감해주죠. 공연을 마치고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계속 연락을 해와서 친구처럼 지내게 된 팬들도 있답니다." (얼)
"한국 관객들은 정말 특별해요. 저희를 보러 해외 공연까지 오신 분들도 있죠. 한국에 다시 오게 돼서 흥분되고 기대되요."(에린)
'캣츠'는 뮤지컬 배우라면 누구나 출연을 꿈꾼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격렬한 고난도의 안무와 정교한 고양이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작품이다.
호주 출신으로 영국에 거주하는 에린은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 초록마녀 '엘파바'로 가창력을 인정받은 뮤지컬 배우다. 영국에서 진행된 오디션에서 '그라자벨라'를 맡을 적임자를 찾지 못한 오디션 담당자의 권유로 응시해 바로 합격 통지를 받았다.
늙은 암고양이 '그라자벨라'는 특별한 줄거리 없이 가지각색의 고양이들이 벌이는 쇼가 이어지는 이 작품에 가슴 찡한 감동을 더하는 핵심 캐릭터다.
특히 그라자벨라가 부르는 '메모리'(Memory)는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뮤지컬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받는 곡이다.
"어린 시절부터 '캣츠'를 보고 자랐고, 특히 일레인 페이지가 부르는 그라자벨라의 노래에 매료됐죠. 뮤지컬 배우가 되고 나서 늘 꿈꿔왔던 역할이에요. 좀 더 나이가 들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놀랍고 감사하죠."(에린)
하지만, 처음에는 부담감이 컸다. '캣츠'의 초연 배우 일레인 페이지에서부터 '팝의 전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셀린 디옹 등 쟁쟁한 스타들이 앞다퉈 부른 '메모리'로 객석에 감동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연히 부담이 컸어요.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을텐데 노래를 못하면 어쩌지?.' 하고요. 그래서 그런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불안해하기보다 '얼마나 운 좋고 영광인가?' 반대로 생각하면서요. '에린'이 아니라 '그라자벨라'로 무대에 서는 것이니 나 자신은 잊고 그라자벨라의 메시지에 집중하자'고 다독였죠. 이제는 더 이상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축복이죠."
쾌활하고 바람기 농후한 고양이 '럼 텀 터거' 역을 맡은 얼은 26세 때 이 역할로 처음 '캣츠'에 합류했다.
"'럼 텀 터거'는 안무도 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고, 젊음을 강조해야 하는 역할이에요. 올해 서른두 살이 되고 보니 과연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할 수 있게 돼 기뻐요.(눈물) 이 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물론 나이도 아무런 문제가 안되고요."
'캣츠'의 매력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고양이의 습성과 행동을 빼닮은 배우들의 연기다. 몸을 비비고, 털을 핥고, 관객들의 무릎에 앉아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이들의 정교한 고양이 연기는 반복 연습과 세밀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와 고양이가 만날 때, 고양이와 관객이 만날 때의 몸짓은 즉흥 연기다.
"연출가가 항상 고양이의 습성을 생각하라고 강조해요. 특히 땅에서 기어다닌다든가 몸을 쫙 펴는 모습들요. 바닥에서 일어날 때도 사람처럼 기립하는 것이 아니라 중력을 이기면서 일어서야 하죠."(에린)
"전체적인 구성은 정해져 있지만, 장면 사이사이에는 즉흥 요소가 많아요. 특히 관객과 소통할 때 그렇죠. 그래서 '캣츠'는 같은 공연이 없어요. 매번 다르죠. 그래서 더 흥미롭고 신선한 공연이 되는 것 같아요.(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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