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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달 28일과 30일 고국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6일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이앤씨코퍼레이션 제공) |
정경화 "은퇴는 없어요…봉사·후진양성이 남은 소명"
고국서 2년 만의 리사이틀 하는 '바이올린 여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은퇴요? 이미 지난 5년 동안 너무 많이 쉬지 않았나요? 지금은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최고의 정성을 다해서,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은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답니다."
만우절인 지난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만우절 농담으로 전격 은퇴를 발표해 순간 청취자들을 놀라게 한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7)는 당시 이야기를 꺼내자 "아휴, 미안합니다"라고 즐거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달 28일과 30일 고국에서 여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6일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손가락 부상에 따른 5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2011년 돌아와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펴온 그는 "손이 아파 은퇴했었는데 이렇게 기적적으로 나아 다시 연주를 하게 된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저는 지금 꿈속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자선 공연이 아닌 정규 공연을 열기는 2013년 이후 2년 만이다.
첫날에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의 최고봉 제9번 '크로이처'와 제5번 '스프링', 제7번으로 꾸미고, 두 번째 날은 '크로이처'와 함께 포레와 그리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한다.
지난해 12월 리버풀과 런던 등 그의 음악적 고향 영국에서 복귀 무대에 오른 후 4개월 만에 하는 순회공연의 일부다. 한국 공연에 앞서 도쿄 등 일본에서 6차례 공연한다.
"베토벤 소나타 전체를 연주하기는 40년 만이에요. 이 나이에 프로그램을 계속 준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예전에 스승들을 보면 제 나이쯤 되면 한가지 프로그램을 갖고 했죠. 지금은 젊은이나 노장이나 레퍼토리가 넓어진 것 같습니다."
그는 향후 베토벤 전곡 시리즈는 물론 이르면 내년께 슈베르트 전곡 음반 발매와 리사이틀도 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유럽 순회공연도 예정돼 있다.
"몸만 따르면 종일 연습해서 훨씬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5년을 쉬었고 작년에는 손 수술을 또 받았기 때문에 너무 무리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연습은 한도 끝도 없이 합니다. 5년 동안 쉴 때 터득한 방법으로 손을 쓰지 않고 지휘자처럼 연습하죠. 작년 영국 공연 때는 통증 때문에 진통제를 먹어가며 연주했는데, 지금은 손 상태가 아주 쌩쌩해요."
정경화는 연주 활동에 바쁜 와중에도 봉사활동과 후진 양성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그의 남은 "소명"이다.
지난해 8월에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로,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로 재능있는 젊은 예술가들을 키우는 데 열심이다.
"요새는 한국의 음악 영재, 20대 젊은 예술가들을 돕는 것이 꿈이 됐어요. 젊은 예술가들이 매니지먼트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연주 기회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온 힘을 다해서 예술을 해왔는데 계속해서 재주 있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도록 밀어주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는 "조만간 공식적으로 발표할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을 초청해 추모음악회를 열었던 그는 세월호 참사 1주기 공연 계획에 대해 "세월호만이 아니라 아픔이 있고 음악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디든 갈 마음이 있다. 그러나 일이라는 것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 정해진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정경화는 지난해 런던 복귀 무대에서 어린이 관객의 계속되는 기침에 아이 부모에게 '좀 더 큰 다음에 왔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현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데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지금 영국에서는 아이들이라면 무엇을 해도 괜찮은 분위기에요. 갓난애도 공연장에 데려올 수 있죠. 그러나 진짜 음악을 즐기는 청중들에게는 기침은 방해가 됩니다. 예술은 항상 옆에서 교육해야 해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듣는 예절과 집중력 등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는 최근 박현정 서울시향 전 대표의 직원 성희롱·폭언 논란이 동생인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고액연봉 논란, 정 감독과 서울시 간 계약조건 문제 등으로 비화된 데 대해서도 '음악가적 입장'을 전제하며 입을 열었다.
"서울시향은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입니다. 동생이 서울시향을 10년을 이끌어왔는데 제 생각에는 강산을 변하게 한 정도가 아니라 에베레스트 산을 쌓은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시향의 소리를 바꿔놓았죠. 정치는 항상 바뀌지만, 음악적 실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에너지가 이런 데 소비되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여러분이 이 보물을 아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달에는 그가 기다리는 이벤트가 하나 더 있다.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에서 미국의 유명 소프라노 제시 노먼,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 등과 함께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것이다.
"사각모는 고등학교 졸업반 때 한번 써보고 여태껏 못 써봤어요. 대학교 때부터는 연주하러 다니느라고 못썼죠. 사실 지금 그게 가장 기대된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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