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아, 뭔가 희한한게 있다' 느끼면 성공한 것"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09 16:4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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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삶은 일상에 자극을 주고 울림을 주는 외로운 길"
10일 개관 앞두고 기자회견서 소회 밝혀
△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기자회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9)의 작품세계를 상시 만날 수 있는 전시관이 부산시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옆에 마련됐다. 이우환 씨가 9일 취재진을 상대로 전시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환 "'아, 뭔가 희한한게 있다' 느끼면 성공한 것"

"예술적 삶은 일상에 자극을 주고 울림을 주는 외로운 길"

10일 개관 앞두고 기자회견서 소회 밝혀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현대 미술의 거장 이우환(79) 화백은 9일 "내 작품을 보고 '아, 뭔가 희한한 게 있다'고 느끼면 성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화백은 그의 작품을 전시한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 개관식을 하루 앞두고 이날 오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세계와 전시관 개관에 관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우선 부산에 전시관이 마련된 데 대해 "개인 전시관에 거부감이 있어 사양해 오다가 허남식 전 시장, 그리고 부산 예술계와 시민의 열의, 열성에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의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우환 공간'은 부산시립미술관과 벡스코 제2전시장 사이 공중화장실이 있던 자리에 지하 1층, 지상 2층(총 면적 1천400㎡)로 지어졌다.

다음은 이 화백과 일문일답.

-- 전시관 성격을 말해 달라.

▲ 전시관의 기본 설계는 저가 스스로 했다. 일반 전시관과 달리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체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방 하나하나의 특성을 살려 전시물과 공간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 작품에 생소한 느낌이 든다.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 작품을 보면 일반 미술 전시물과는 다르다. 일반인들은 생소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뭔가 덩그러니 희한한 것이 놓여 있네'하는 반응이 있을 텐데 그런 느낌 자체를 바라는 것이다.

잘 알 수도 없고 생소한 느낌, 그 같은 울림이 있다면 이것이 감상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체험을 줄 수 있다면 된다.

-- 작품의 주요 주제인 돌과 철판의 의미는.

▲ 지구보다 오래된 것이 돌이다. 수십억년의 시간의 덩어리랄까. 철은 고대부터 있었지만 철판은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졌다.

이런 의미에서 돌과 철판은 자연 그 자체와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와의 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산시가 애초 전시관 장소로 부산시민공원을 제안했는데 그곳이 좋지 않나.

▲ 처음부터 거절했다. 저 스스로 개인 미술관에 관심이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개인 미술관에는 거부감이 있다. 지금 이 공간도 시립미술관 별관이자 개인 미술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전시된 작품은 교체 되나.

▲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어쩌면 방 하나 정도는 바꾸거나 국내의 어떤 작가에게 방 하나 정도는 빌려줘서 변화를 줄 수 있다. 가끔은 변화를 주겠다.

-- 미술을 통해 근본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젊을 때 미술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우연히 일본에 가서는 처음에는 문학을 생각했는데 외국에서 문학한다는 게 너무 힘들어 좌절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한 기회에 미술을 접한 것이 지금의 이곳까지 왔다.

미술에 어느 정도 접하면서 시각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에, 청각을 넘어 들리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게 됐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상식, 체제, 기성관념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삐딱, 비틀림, 외톨이로 표현할 수 있다. 예술의 길은 오로지 홀로 가는 길이다.

그렇지만 예술가의 행위는 사회 한편에 엄청난 자극을 주게 되고, 하나의 울림이 되는 것이다.

-- 자신의 예술 세계도 그런가.

▲ 큰 화폭에 점 하나, 큰 방에 돌멩이 갖다 놓는 것 아마 이런 생소한 것들이 일반인에게 자극을 주고 일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면 저로서는 좋은 것이다. 다른 것에 눈을 돌리게 한다는 자체가 예술의 느끼는 것이다.

-- 일본 나오시마에 있는 미술관과 부산 전시관의 차이점이 있다면.

▲ 크기는 비슷하지만 차이점은 있다. 나오시마 것은 일본의 건축가가 주선해 만들어져 건축적인 냄새가 짙다.

부산은 저가 설계했지만 공간과 전시물 간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양면을 살렸다. 건축 자체보다는 이우환의 개인 냄새가 짙다.

-- 부산이 '이우환 공간'을 갖게 된 의미는.

▲ 부산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 부산에는 내 과거의 부산은 없다. 나무, 산, 바다 모든 것이 변했다. 그러나 기억은 있다. 인간의 기억은 대단한 것이어서 이 기억과 결부해 또 다른 것(작품)이 나타날 수 있다.

저의 전시작품을 보는 이들의 절반은 외국에서 온다. 아마도 많은 외국인이 부산에 있는 이곳 전시관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미술문화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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