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공간' 건물 자체가 '여백의 예술' 작품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09 17:41:28
  • -
  • +
  • 인쇄
작가가 직접 기본 설계…전시작품과 공간의 조화 절묘
△ 거장 이우환의 작품 '돌과 깨진 유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9)의 작품세계를 상시 만날 수 있는 전시관이 부산시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 옆에 마련됐다. 이우환 씨가 9일 취재진에게 '이우환 공간'에 전시중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15.4.9 ccho@yna.co.kr

'이우환 공간' 건물 자체가 '여백의 예술' 작품

작가가 직접 기본 설계…전시작품과 공간의 조화 절묘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건물 뜰 앞에 들어서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젖게 했다.

현대미가 물씬 느껴지는 건물, 단아하게 정돈된 뜰, 뜰에 놓인 커다란 자연석 돌과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녹슨 철판이 관람객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현대 미술의 세계적 거장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을 본 첫인상이다.

부산시립미술관과 벡스코 제2전시장 사이 좁은 공간에 자리 잡은 이우환 공간은 원래 공중화장실 자리였다.

이곳에 세계적인 현대 미술의 거장 이 작가의 전시 공간이 들어서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우환 전시관을 건립을 놓고 국내 여러 시·도에서 오래전부터 그의 미술관을 유치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수백억 원 규모의 이우환 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제안도 있었고, 대구시는 시장이 일본의 이 작가 집을 몇 번이나 찾아가 간곡히 부탁할 정도로 이우환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

부산시는 이 작가가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닌 연고가 있어 처음엔 부산시민공원에 대규모로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이 작가는 "개인 미술관 건립은 부담스럽다"며 이 모든 제의를 사양했다.

그런데도 국내 여러 시·도에서 계속 미술관 유치 경쟁을 벌이자 그는 애초 부산시가 추진한 부산시민공원 내 미술관 대신에 시립미술관 부지 내 화장실이 있던 자리에 자신이 작은 건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 자리 잡은 것이 지금의 '이우환 공간'이다.

이우환 공간은 설계부터 내부 디자인, 공사자재, 전시 배치, 사무실 집기까지 모두 이 작가 자신의 손을 거쳤다.

그래서 미술계에서는 건물 자체가 이 작가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건물 자체가 '여백의 예술 작품'인데다, 전시 작품과 공간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9일 오후 이 작가와 함께 전시관 곳곳을 둘러봤다.

1층으로 들어서자 좁은 통로가 나왔다. 통로를 몇 번을 꺾어 돌아서자 첫 전시실이 관객을 맞았다.

이 화백은 "금방 전시실이 안 보이도록 일부러 공간에 여유를 두고 통로를 꼬불꼬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우선 온통 흰색의 전시실 벽면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켜 줬다.

깨진 커다란 유리 위에 놓인 자연석과 그림 없이 벽에 걸린 큰 캔버스는 '이게 뭔가' 하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1960년대 말 작품인데 당시 일본에는 사회 저항정신이 강했다. 깨진 유리판은 폭력을 의미하고, 빈 캔버스는 그림조차 거부한다는 저항 정신을 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반대편 전시실에 들어서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자연석 5개가 빙 둘러 놓여 있고, 돌 사이와 사이에는 철봉이 돌과 돌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질서 있게 빙 둘러 놓인 돌과 철봉과 달리 돌 1개와 철봉 1개는 벗어나 있다.

이를 두고 이 화백은 "참가한 자와 참가하지 않은 자의 모습이 보인다"고 짧게 던지듯 말했다.

1층에는 돌과 철판으로 이뤄진 조형미술이 전시됐다면, 2층은 단색화의 회화작품이 주를 이룬다.

1층에서 나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뜰 풍경이 한눈에 들어 왔다.

뜰에는 이 작가의 조형작품 4점이 놓여 있다.

2층 첫 전시실에는 이 작가의 1970년대∼1990년대 평면 작품 4점이 걸려 있다.

이곳 전시실 맞은 편의 전시실은 유리로 마감한 천장에서 자연 채광이 쏟아지도록 설계됐다.

이 작가는 "바깥보다 더 밝은 느낌을 받도록 했다. 이곳 전시실의 작품은 온전히 이번 '이우환 공간'을 위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커튼이 설치돼 있는 마지막 전시실엔 빈 캔버스에 큰 돌덩이 하나가 흐릿한 조명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철판과 돌멩이의 조합과 같은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이 속에는 심오한 철학적, 인문학적 해석이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작가는 일반인들이 작품을 보는 감상 포인트에 대해 "작품을 너무 어렵게 해설하고 의미를 달기보다는 그 작품에서 받는 느낌, 울림을 받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며 "저의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것이 특징인 만큼 고정된 해석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