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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쿠거' 배우 박해미 (서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0일부터 7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쿠거'에서 릴리 역을 연기하는 배우 박해미. 2015.4.9 xanadu@yna.co.kr |
박해미 "마음속 외침 들어보세요…행복이 보일걸요"
중년 싱글 여성들의 솔직한 이야기…뮤지컬 '쿠거'서 주인공 '릴리' 연기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행복은 가슴 속에 있다고 하잖아요. 내 안에 숨겨진 본능, 두려움을 다 드러내고 마음속 외침을 듣고 이겨내라는 얘기죠."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40∼5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뮤지컬 '쿠거'가 오는 10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쿠거'(Cougar)는 북미지역에서 '퓨마'를 가리키는 말이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쿠거의 습성에 빗대 젊은 남자를 찾아다니는 나이 든 여성을 의미하는 속어다.
뮤지컬은 중년의 싱글 여성 '릴리', '클래리티', '메리-마리'가 젊은 남자들과의 사랑과 연애를 통해 각자의 행복을 찾아나가고, 나이 듦과 우정, 사랑, 욕망에 솔직해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그 속에서 남자들과 다르지 않은 여자들의 욕망을 억누르는 사회적 편견과 속박에 통쾌한 주먹을 날린다.
뮤지컬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배우 박해미·김선경(릴리 역)과 뮤지컬 '루나틱', '메노포즈' 등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최혁주(클래리티), 뮤지컬 '레베카'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희원(메리-마리)이 세 명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이 가운데 '릴리'는 가정에 충실했으나 남편에게 버림받고 새로운 사랑을 통해 자신의 숨은 욕망과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개막을 하루 앞둔 9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배우 박해미(51)는 "많은 여성이 좋아도 좋은 척 안 하고 내숭을 떨며 자기 본능을 숨긴 채 살아간다"며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감춘다면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남자나 여자나 뭐가 달라요. 젊은 여자를 만나는 나이 든 남자는 그냥 '남자'라고 부르지만 젊은 남자를 만나는 나이 든 여자는 '쿠거'라고 부르잖아요. 하지만, 그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고 사랑의 문제인 거죠. 이 작품은 여자도 뜨거운 욕망이 있고 그것을 숨기지 말라고 얘기해요."
그는 "이번 공연은 중년들이 수다를 떨면서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멋진 사랑방이 될 것"이라며 "속 시원한 유쾌, 통쾌, 상쾌한 공연을 약속한다"고 했다.
이혼의 아픔을 겪고 나서 9살 연하의 남편과 재혼한 박해미에게 '릴리'는 "남 같지 않은 역할"이다.
"사랑인지 모르고 결혼했다 이혼을 아픔을 겪고 나서 지금 남편을 만나 사랑을 알게 됐어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죠. 저는 원래도 자신감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게 어린 시절 치기 같은 거였다면 남편을 사랑하고 나서는 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생겼죠. 제2의 세계가 보이더라고요."
특히 '릴리'가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스물다섯살이나 어린 연인 '벅'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박해미는 자신의 이야기 같아 소름이 끼쳤다고 했다.
"제가 예전에 남편에게 했던 말이 그대로 대사에 나왔어요. 저는 아이가 있었고, 남편은 스물세살이었어요. 저는 '지금은 너를 위해 살아야 할 시기'라며 가라고 했죠. 저와 사는 순간 희생해야 한다고요. 작품과 다른 점은 '벅'은 갔지만, 남편은 끝까지 버텼다는 거죠.(웃음)"
이 작품은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해미는 "나이 드는 것은 슬프지 않다"고 했다.
"저는 제 나이가 좋아요. 누군가 '스무 살로 돌아갈래?' 묻는다면 저는 싫다고 할거에요. 어릴 때 몰랐던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낄 수 있는 이 나이를 어떻게 포기해요? 젊은이들만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신구 세대가 어우러져야 하는 세상이죠. 오히려 나중에 할머니 역할을 하면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가 된답니다."
그가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진주 같은 중년 여배우들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젊은 남자 배우들이 많이 부각되는 시대에 노련한 중년 여배우들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에 함께 연기하는 후배들은 너무나 매력적인 배우들이거든요. 이들과 함께라면 어떤 작품이든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또 우리 같은 중년 배우들이 무대에 많이 서야 중년의 관객들도 와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지 않겠어요?."
이번 작품과 동시에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지만 아직은 배가 고프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 하나둘씩 러브콜이 오고 있어요. 할리우드, 칸에 가는 게 꿈이에요. 브라운관에서도 좀 더 확실한 승부수를 던지고 싶고요. 그러려면 앞으로 한 20년은 쉬지 못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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