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볼 만한 곳:혀끝에 전해지는 봄 '식탐 여행'>
(통영=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저 멀리 남녘 끝에 봄 소식이 전해지는가 싶더니 벌써 서울에도 벚꽃이 만발했다.
그러나 입맛으로 찾아오는 봄은 수도권이 남쪽 끝을 따라가기 어렵다.
'톡' 쏘는 봄 특유의 향취를 전해주는 남녘 끝의 입맛을 어찌 도시로 공수된 식재료가 전해줄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이전 개업한 식당도 옛날 그 골목에서 느끼던 맛을 전해주지 못하는 법인데 말이다.
멀리 통영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봄엔 통영에 가야 한다.
왜 통영이냐고 묻는다면 '수많은 여행 고수들이 선택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통영은 경상도 다른 지역과 달리 먹거리가 다채로운 곳이다.
먹거리로 본다면 이곳을 '먹거리 투박한 경상도'라고 할 수 없다.
◇ '봄내음 물씬' 봄 도다리 쑥국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것이 '봄 도다리 쑥국'이다.
한결 포근해진 봄을 느끼려면 남쪽바다에서 갓 잡힌 바닷고기 봄 도다리와 봄기운에 땅을 뚫고 올라온 쑥을 넣어 함께 끓인 이 음식을 먹어볼 일이다.
이것이 바로 산해진미 아니겠는가.
어느 선조께서 이런 먹거리를 다 만드셨는지… 이 맛은 감히 봄에 한번 먹고 넘어가지 않으면 혀 끝이 꺼칠한 것이… 뭔가 할 일을 안 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통영에서 싱싱한 봄 도다리를 산 뒤 직접 만들어 먹어도 좋고 현지 맛집을 찾아 드시는 것도 좋다.
간단한 요리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봄 도다리 한 마리를 넣고 곤 뒤 갓 올라온 쑥을 넣고 집 된장과 들깻가루, 파, 조선간장을 조금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
된장과 들깻가루를 푼 국물이 끓으면 생선을 넣고 팔팔 끓이다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파와 쑥을 넣고 뚜껑을 덮어 푹 삶아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봄 향취 그윽한 쑥내가 사라지지 않게 뚜껑을 확실하게 덮어주는 것이다.
◇ '깔끔 시원한' 졸복국
복은 복인데 졸복이다.
졸복은 복어 중에서도 유난히 작은 복어를 말한다. '졸병' 복어라 할 수 있다.
시장통의 맛집을 찾아 졸복국을 시켜보면 맑은 복어 국물에 수북한 졸복들이 헤엄치고 있다.
저 푸른 바다를 헤엄쳐야 할 놈들을 이렇게 잡아먹는 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졸복 위로 덮인 미나리가 깔끔한 느낌을 더한다.
나도 먹고 살아야겠기에 졸복들에게 명령한다.
"어서 내 입안으로 들어와 헤엄치거라"
입안에 봄바다가 들어온다.
◇ '자장면 값으로' 싱싱한 회를
밤에 통영중앙시장에 찾아가보자.
통영중앙시장은 야간 시장이다. 아침 시장은 서호시장이다.
통영항을 기준으로 왼쪽에 있는 중앙시장은 오후에 열고, 서호시장은 아침에 부산하다.
아침에 통영에 갈 요량이면 서호시장에 가고 오후에 갈 거라면 중앙시장에 가보라.
밤 늦게 노닐다가 막 문 닫으려는 횟집 한군데를 잡아 횟감을 골라보자.
큰 소쿠리 한가득 담아 넣은 활어 한마리가 2만원 선이다. 너무 싸다.
통영에 가면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은 반드시 가보길 권하고 싶다. 그 앞쪽엔 거북선 모형도 있고 중앙시장 뒤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동피랑 마을이다.
입 안 가득 봄 향취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은 막히지도 않는다. 대전-통영을 잇는 '대통 고속도로'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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