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식민주의자 로즈 동상 철거…백인 반발 흑백갈등 우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10 18: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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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 Photo/Schalk van Zuydam)

남아공 식민주의자 로즈 동상 철거…백인 반발 흑백갈등 우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백인 식민주의자 세실 존 로즈(1853∼1902) 동상 철거 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로즈의 동상이 철거됐다. 하지만 일부 백인 단체들이 동상 철거에 반발하고 나서 흑백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최고 명문 케이프타운 대학 교정에 세워져 있던 이 대학 부지 기증자이자 영국 식민주의의 상징인 로즈의 동상이 철거됐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크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된 가운데 로즈의 동상이 81년 만에 철거되자 교내의 흑인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했다.

동상 철거 순간을 보기 위해 학생, 교수, 주민 수백 명이 모여 축제 분위기가 펼쳐졌으며 일부 대학생은 철거된 동상 위로 올라가 얼굴에 비닐을 씌우고 막대기로 동상을 치는 등 분노와 기쁨을 함께 표출했다.

케이프타운대 흑인 학생들은 지난달 중순 로즈 동상이 '백인 압제의 상징'이라며 배설물을 투척하는 등 동상 철거시위를 벌여왔으며 대학위원회는 지난 8일 동상 철거 안을 투표에 부쳐 가결했다.

대학위원회는 그러나 "동상은 안전하게 보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민잔재 청산을 내건 동상 철거 시위는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 있는 폴 크루거 전 프리토리아 대통령 동상, 케이프타운 주 초대 주지사 얀 반 리벡 동상 등으로 확산했다.

흑인들의 동상 철거 시위에 맞서 아프리칸스어를 쓰는 네덜란드계 남아공 토착 백인을 일컫는 아프리카너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백인 '맞불시위'도 벌어져 흑백 간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 8일 유사 군복 차림의 아프리카너 남성들이 페인트가 뿌려진 폴 크루거 전 대통령의 동상과 케이프타운에 있는 리벡의 동상에서 철거반대 시위를 벌였다.

아프리카너 시민단체인 아프리포럼은 성명을 통해 "아프리카너가 점차 범죄자와 땅 도둑으로 묘사되고 있다"면서 "만약 아프리카너의 유산이 정부에게 중요하지 않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우리의 유산을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출신으로 1870년 남아공으로 이주한 로즈는 전형적인 식민지주의자로, 다이아몬드 광산업자이자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의 창업자로 거부로 성장한 뒤 정계로 진출, 케이프 주 식민지 총독을 거쳐 남부와 중앙아프리카에 대한 무력정복을 꾀했다.

1894년 잠비아·짐바브웨 등 중앙아프리카를 정복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나라 이름을 '로디지아'라 명명하고 케이프타운에서 카이로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계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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