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양적 완화' ECB 사들일 국채 고갈될 것"
"매입기준 안 바꾸면 스페인·이탈리아 국채 정도만 매입 가능"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양적 완화를 이행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사들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가 고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14일(현지시간) 점점 더 많은 유로존 국채들이 ECB가 양적 완화 매입 대상에서 벗어나고 있다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무디스는 ECB가 매입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애초 계획대로 2016년 9월까지 1조1천억 유로 규모의 양적 완화를 마무리하기 이전에 국채 고갈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CB는 채권 매입 수익률 하한선을 현행 예금금리인 -0.2%로 설정하고 만기가 2~30년 남은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무디스는 "올해 남은 기간 국채 수익률 하락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ECB는 올 연말께 양적 완화 프로그램의 적격 국채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국채의 경우 만기 2~30년 남은 국채의 28%가 수익률이 -0.2% 이하로 떨어졌다. 이날 현재 -0.2% 이하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는 물량은 만기가 3년 이하 남은 국채다.
이 비율은 지난 1월 양적 완화 발표 당시 5%에 그쳤으나 양적 완화 이행과 더불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유로존 벤치마크인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현재 0.14%까지 내려왔다. 연초 수익률은 0.50%였다.
무디스는 최근 수개월간 진행된 속도의 절반 정도로 수익률이 하락한다면 ECB는 독일,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의 국채를 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정도만이 매입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NP 파리바의 국제채권투자전략가 로렌스 무트킨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유로존 국채 유통시장에서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 투자자들과 시장에 심각한 문제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선 지난해 10월15일 미국 국채시장에서 만기 10년물 수익률이 순간적으로 0.33%포인트 급락했다가 만회한 '플래시 크래시'(갑작스런 순간적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유로존의 양적 완화가 앞서 양적 완화에 나섰던 미국이나 영국과는 다른 상황에서 이행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고 FT는 분석했다.
ECB의 양적 완화는 수익률이 매우 낮고, 재정 적자 축소에 나선 유로존 국가들이 국채 공급을 제한하는 가운데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선 투자자들이 이익을 내기 어렵고 국채 보유자들은 마땅한 대체 투자처가 없어 보유 물량 매각을 꺼린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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