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국 오는 뮤지컬 '데스노트' 일본판 먼저 보니
연극적 재미 더한 뮤지컬…'투톱' 연기·노래 대결 볼만
(도쿄=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데스노트'는 일본 만화가 오바타 다케시의 인기 만화로, 일본에서만 3천만 부 이상 발행되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과 유럽, 미국 등 세계 35개국에서 번역된 히트작이다.
이후 애니메이션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한국 관객에게도 꽤 익숙한 작품이다.
이름을 쓰면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사신(死神)의 '죽음의 공책', '데스노트'를 둘러싼 이야기로, 우연히 '데스노트'를 주워 악인들을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라이토에 맞서는 명탐정 '엘'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다.
독창적인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 주인공들의 팽팽한 심리전이 치밀하게 엮이는 가운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독특한 매력 덕분에 여러 장르로 변주된 이 작품이 이번에는 뮤지컬로 제작돼 지난 6일부터 도쿄 닛세이극장에서 세계 초연하고 있다.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회사 '호리프로'가 일본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일본 공연계의 거장 쿠리야마 타미야 연출과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에서 사랑받은 여러 뮤지컬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손잡고 만들었다.
6월에는 세계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에서 선보인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1년6개월 만에 한국 무대에 복귀하는 홍광호('라이토' 역)와 '흥행 보증수표' 김준수('엘' 역)를 투톱으로 하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벌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 공연을 두 달 남짓 앞둔 15일 도쿄에서 일본 오리지널 공연을 미리 봤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만화책 12권 분량의 원작을 2시간30분 무대에 비교적 잘 압축해냈다.
특히 원작의 핵심인 기이한 이야기와 독특한 인물을 살리기 위해 연극적 요소를 많이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노래 없이 연기하는 분량이 상당해 가창력과 함께 배우의 연기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라이토' 역을 맡은 우라이 켄지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는 배우로, '데스노트'를 손에 넣고 '정의의 심판자'를 자처하다 타인의 목숨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괴물'로 변해가는 라이토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한 '엘' 역의 코이케 텟페이도 구부정한 자세로 눈을 희번떡이는 음침하고 기묘한 분위기의 '엘'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데스노트'를 인간 세계에 떨어뜨리고 나서 라이토가 살인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사신 '류크'는 괴기스러운 외모와는 다른 능청스럽고 코믹한 동작과 대사로 객석을 웃기며 잔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안정적으로 배합돼 적절한 균형을 이뤘다. 뇌리에 박히는 '한 곡'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흐르는 빠른 비트의 음악에 록과 댄스, 서정적 곡까지 다양한 음악을 배치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는 '라이토'와 '엘'의 대결 장면이다.
두 인물이 회전무대 위에서 벌이는 결렬한 테니스 시합이나 쫓고 쫓기는 두 사람의 첫대면, 서로의 정체를 파악한 두 사람의 마지막 순간 등 두 남자가 말과 노래로 벌이는 '격투'는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한데다 가창력이 아쉬웠던 일본 공연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스타' 홍광호와 김준수가 나선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였다.
1천200석 규모의 대극장에 꾸민 2층 구조의 무대는 다소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출했다.
인물 간 심리전이 중심축을 이루고 대단한 스펙터클은 없는 극의 특성을 고려하면 무대가 불필요하게 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TV뉴스 화면 등 영상과 조명을 영리하게 사용해 시각적, 연극적 재미에 영화적 효과까지 더해 휑한 무대를 채웠다.
일본 배우들의 엥카풍의 창법이나 미흡한 가창력, 조악한 의상과 분장, 2막에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부 장면 등은 화려하고 세련된 브로드웨이 또는 유럽 뮤지컬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하다.
뮤지컬 '데스노트' 라이선스 공연으로 처음으로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씨제스컬쳐'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게 무대와 의상 등을 손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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