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대학 출신 몰아뽑기' 서울시립대 교수 임용 논란
국어국문학과 전원 서울대 출신…인문대·자연과학대도 비율 70% 넘어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서울시립대가 일부 학과와 정부 지원 연구사업의 교수를 임용하면서 특정 학교 출신을 '몰아뽑기' 한 의혹이 일자 학교 안팎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전임교수 9명 전원은 서울대 출신이다.
교육부 법령에는 학문의 '동종교배'를 막기 위해 교수 신규임용 시 특정대학 유사학과 출신이 3분의 2를 넘지 못하게 하는 '쿼터제'를 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시립대 국어국문학과는 규정을 위배한 것이다.
그러나 시립대는 "교수임용 쿼터제는 1999년부터 적용되는데 그 후 국어국문학과에 임용된 교원들 중 특정학과 출신이 3분의 2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립대에 따르면 1999년 이후 임용된 6명 중 3명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2명은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1명은 서울대 언어학과 출신이다.
시립대는 국어국문과와 국어교육과 출신을 서로 완전히 다른 학과로 해석, 서울대 국문과 출신이 3분의 2를 넘지 않는다고 본 것이지만 이는 자의적인 해석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이혜경(새누리당) 서울시의원은 "국어교육과의 커리큘럼은 국어·국문·교육학이고 국어국문과는 국어·국문학인데 전공 분야가 다른 것이냐"며 "시립대 설명대로 전공이 다르다면 국어교육 전공자가 국어국문과에 임용된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립대는 국문과 외에도 인문대와 자연과학대에서 서울대 출신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올해 1월 기준 인문대학은 그 비율이 78.4%, 자연과학대학은 72.8%였다.
정부 지원 연구사업인 '인문한국(HK)' 교수진을 뽑는 데서도 편중 현상이 확인됐다. 현재 HK연구인력 5명 중 4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정한 HK사업 지침은 연구인력 구성에서 동일학교 출신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립대는 "재단이 명시한 '동일학교'는 시립대를 뜻한다"며 "또 서울대 출신 임용 교수 중 1명은 학부 전공이 인문계열이 아니어서 타교 출신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HK교수도 전임교수로 채용돼 쿼터제가 적용된다"며 "규정에 '학사 및 박사학위 취득기관 기준'이라고 명시돼 있으니 시립대를 뜻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서울시립대가 수행하는 HK사업에는 모교 교우들이 내는 서울시립대 발전기금이 매년 1억원씩 투입되는 까닭에 총동창회 등에선 학과 교수 임용보다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시립대 출신으로 HK교수에 임용됐다 급작스럽게 해임 통보를 받은 교수들은 대학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해임 교수는 "나한테도 한국연구재단이 인정한 논문을 갑자기 논문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해임을 통보했고, 6년 일한 동료도 갑자기 '어젠다 부적합'이란 터무니없는 이유로 해임됐으며 그 자리에 모두 서울대 출신이 앉았다"며 "이러니 '서울시립대는 서울대 식민지'란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서울시가 철저한 감사에 나서고 이러한 폐해를 줄이기 위한 자체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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