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협상 지지부진'…유로존, 그리스 압박 높여
협상 불발 대비 플랜B 거론에 그리스는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그리스의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과 관련한 협상이 진척없이 끝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그리스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5월에 있을 재논의를 앞두고 협상 불발을 가정한 '플랜B' 얘기까지 거론하면서 그리스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끝난 유로그룹 회의(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에서는 그리스 문제와 관련한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천억원)를 지원하는 조건인 그리스의 개혁안을 놓고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 '트로이카'와 그리스의 이견은 여전했다.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입장 차이가 크다"며 "책임은 거의 그리스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의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개혁안이 타결될 때까지 더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그리스 문제는 다음 달 11일에 열리는 유로그룹 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받는 그리스 은행이 유동성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이 걱정된다"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구제금융 협상이 불발로 끝날 때를 대비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유로 재무장관이 합의 불발에 따른 대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두산 므라모 슬로베니아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새 프로그램이 적절한 때 시행되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며 "플랜B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랜B는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의 지지를 받았지만 데이셀블룸 의장이 재빨리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플랜B 거론에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플랜B가 어떤 형태이든 반(反)유로 정서를 극심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로그룹 회의 전후로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도 나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꼬인 실타래를 풀려고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셀블룸 의장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는 등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의 존재감이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채권단과 그리스의 견해차가 여전하지만 그리스는 합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유로그룹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에 동의했지만 합의될 것이고 빨리 될 것이다"라며 "이는 합의만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그리스 정부는 최근 공공 부문의 현금을 중앙은행으로 이전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민영화 작업을 시작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그리스의 이런 노력에도 5월 10일로 예정된 IMF 부채(7억5천만 유로·8천757억원) 상환과 공무원 임금, 연금 지급 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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