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리 다룬 책 나란히 낸 정수복·정대인 父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28 15: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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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서울을 생각한다'·'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
△ 서울·파리 다룬 책 나란히 낸 父子 작가 정수복·정대인씨 (서울=연합뉴스)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로 유명한 정수복 작가(오른쪽)와 아들 정대인씨가 각각 서울과 파리 에펠탑을 다룬 책 '서울을 생각한다'와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을 동시에 펴냈다. 두 사람이 28일 서울 중구 정동 거리에서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5.4.28 << 문학동네 제공 >> photo@yna.co.kr

서울·파리 다룬 책 나란히 낸 정수복·정대인 父子

신간 '서울을 생각한다'·'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제가 '파리의 장소들'에서 에펠탑 이야기를 30쪽이나 썼어요. 한국에서 에펠탑을 가장 깊이 있게 다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아들이 이번에 에펠탑으로만 책 한 권을 써서 제 자부심이 좀 무너졌습니다.(웃음)"(정수복)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제가 글을 쓰면 재미있다고, 좋다고 해주셨어요. 대학교 때부터는 책을 쓰라고 많이 말씀하고 응원해 주셨고요. 아버지가 이런 일을 하는 분이구나 생각하면 매우 뿌듯합니다."(정대인)

2009년 책 '파리를 생각한다'로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라는 별명을 얻은 정수복(60) 작가가 신간 '서울을 생각한다'(문학동네)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아들 정대인(28) 씨와 함께다. 파리에서 건축학 석사과정을 밟는 정대인 씨는 파리 에펠탑을 소재로 한 책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문학동네)을 아버지와 나란히 펴냈다. 부자를 28일 서울 중구 정동의 음식점에서 만났다.

정수복 작가는 아들이 20대가 되고부터 책을 쓰라고 권유했다. 책을 쓰는 것이 결국 '책임지고 자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일기 쓰는 것을 강조했고 여행을 다녀오면 꼭 여행기를 쓰게 하고 고쳐줬습니다. 언어생활이 결국 읽고 쓰기인 만큼, 글 쓰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정수복 작가는 "우리 시대의 부자 관계는 갈등보다는 계승과 협력의 관계"라며 "아들과 나란히 책을 내서 그 관계를 실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파리를 생각한다'에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파리를 보고 적은 그는 '서울을 생각한다'에선 또 한 번 이방인의 눈으로 서울을 돌아봤다.

10년간의 파리 생활을 마감하고 2011년 말 서울로 돌아온 그의 눈엔 서울이 많이 다르게 보였다고 한다. 책에선 그에게 새롭게 보인 서울 풍경 33가지를 정리했다.

여자 핸드백을 들어주는 남성, 도넛 가게에서 아이 이야기를 하는 엄마들 모습, 부쩍 많아진 거리의 입맞춤까지. 산책자이자 이방인의 눈으로 본 서울의 독특한 단면들이다.

좋은 풍경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은 금융부터 건강, 조직, 인맥 등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하는 '관리사회'이고 셔츠를 하루 이상 입지 못할 정도로 먼지가 수북한 곳이기도 하다. 파리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아우라'를 서울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시민들이 서울에 대한 자화자찬에서 벗어나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들 정대인 씨가 쓴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은 120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킨 에펠탑의 역사를 따라 사람과 도시를 아우르는 건축의 의미를 생각한다.

도시를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아버지처럼 정대인 씨는 에펠탑을 도시 전체의 이야기와 함께 분석했다. 에펠탑은 고전주의의 돌 건축에서 근대 철 건축으로 넘어가는 계기이며, 1천 피트 높이의 타워에 대한 인류 열망이 실현된 사건이자 철제 건축의 아름다움을 증명한 작품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파리에서 살던 곳 근처에 에펠탑이 있어서 재미삼아 공부를 시작했는데 볼수록 사회적인 역사, 문화적인 역사와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에펠탑을 통해 19∼20세기 사회·문화 변화를 나름대로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정대인 씨는 특히 주변국에 '에펠탑 콤플렉스'까지 생기게 한 비결이 무엇인지 파헤쳤다. "남산 위에 에펠탑이 서 있다 한들, 서울이 전 세계인들에게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는 평가를 받으며 찬미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는 앞서 함께 책을 쓰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정대인 씨가 인디밴드 활동에 빠지면서 잠시 중단됐다. 그는 군복무 직후 홍대 앞에서 인디밴드를 하며 앨범 3장을 냈다.

"저는 독자의 생각을 유도하는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재미가 없는데, 아들 글은 젊은 감각이 들어가 있어서 재미있더라고요. 공저 계획은 아직 살아있습니다."(정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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