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안 법제화 착수
6월 본협상 앞두고 '가교 협상'서 긴축 일부 수용 전망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가 국제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 분할금 72억 유로(약 8조4천억원)를 받기 위한 협상안을 법제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스는 이번 협상이 새로운 부채 협상을 체결할 6월 전까지 유동성을 지원받기 위한 '가교'(중간) 협상이라는 점에서 타협안에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 정책의 일부를 수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ANA-MPA 통신 등은 28일(현지시간) 정부의 새로운 협상단이 첫 회의를 열고 협상안을 이행하기 위한 법제화 작업을 시작했으며 오는 30일 내각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새 협상단의 단장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과 총괄을 맡은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국제경제관계 차관은 법률 개정안은 지난달 채권단에 제출한 개혁안을 포함해 여러 개혁 조치들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이 개정안에 사회보험료와 세제 부문이 포함되겠지만 부가가치세율 문제는 6월 협상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주도한 개혁안들이며 채권단이 합의해주기를 바란다"며 "합의를 이룬다면 이는 중기 협약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채권단 소식통을 인용해 부가세율 단일화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일반 상품과 서비스에는 23%, 식품과 전력 등 필수 부문에는 13%를 각각 적용한 부가세율을 18% 단일 세율 체재로 개편하고 의약품은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독일 일간지 빌트는 그리스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말 보너스 격으로 지급하는 연금을 부활하는 조치를 철회하고 최저임금 인상도 되돌리는 등 긴축 조치들을 수용하는 방안들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리스 가브리일 사켈라리디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스카이TV와 인터뷰에서 합의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 안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총선 공약에서 전면 후퇴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사켈라리디스 대변인은 또 "우리는 경제와 사회를 재건할 합의에 근접했다"며 "현 상황에서 우리는 유동성을 지원받고 6월 이후 체결할 본협상을 위해 최소한의 합의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역시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2시까지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다음 달 9일까지 '중간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총선에서 긴축 중단을 공약했기 때문에 새로 긴축 조치를 추가한다면 국민투표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그러나 이런(국민투표) 상황까지 가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어려움이 있지만 협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게임에서 두려워하는 쪽이 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치프라스 총리는 '금지선'으로 설정한 연금과 부가세율, 노동, 민영화 등 4대 쟁점과 관련해 총선 공약의 규범틀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채권단이 추가 긴축 요구를 굽히지 않는다면 치프라스 총리는 긴축이 추가된 협상안에 합의하기 전에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그리스 여론조사에서 국민 70% 이상이 채권단과 타협이 필요하다고 답했기 때문에 타협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치러진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치프라스 총리가 확신한 대로 다음 달 9일 중간 협상이 타결되면 11일 유로존(유호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72억 유로 지원을 승인해 수개월 동안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불식될 수 있다.
앞서 그리스와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지난 2월 20일 기존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하고 6월에 새 부채 협상을 타결하기 전까지 유동성을 지원하는 가교 협상을 4월 말까지 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분할금 지원 조건인 개혁안에 긴축 조치들이 미흡하다며 합의를 거부했으며 그리스는 재정난이 악화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커졌다.
이에 치프라스 총리는 전날 기존 협상단을 '정치적 협상단'으로 재편하고 채권단과 충돌해온 바루파키스 장관 대신 영국에서 유학한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차칼로토스 차관을 협상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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