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볼티모어 흑인청년 평생 `납 중독'으로 고통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4-30 23: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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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볼티모어 흑인청년 평생 `납 중독'으로 고통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경찰에 의해 구금중 사망하면서 미국 볼티모어 폭동으로 이어진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의 25년 길지 않은 생애는 '납 중독'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운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1989년 8월 볼티모어 극빈층이 모여 사는 서쪽 샌드타운-윈체스터 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이듬해 5월 측정결과 혈중 납 농도가 1데시리터당 10마이크로그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준으로 20마이크로그램 이상이면 납중독으로 분류됐다. 그레이는 이로부터 석달뒤 30마이크로그램, 생후 22개월째 37마이크로그램으로 납중독이 더욱 악화됐다.

지금은 기준이 강화돼 불과 5마이크로그램 이상이면 아동의 인지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납중독으로 분류되는데, 이는 당시 그레이가 납중독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시 그레이의 거주 지역은 납중독이 만연했다고 한다. 1993년 현재 아동 1만3천 명이 납중독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집주인들 대부분은 돈을 아끼려고 값싼 첨가제인 납이 사용된 페인트로 집 내부를 칠했다. 그레이가 2008년 집주인과 납 소송을 했을 당시 관련서류에 따르면 그의 집은 페인트 부스러기 범벅이었고 가족들은 거기서 먹고 자면서 자연히 납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납 중독이 무서운 것은 이것이 중독자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공격적 성향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낳게 하기 때문이다. 납중독 아동은 퇴학당할 가능성이 7배가 더 높고, 소년원에 갈 가능성도 6배가 높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 그레이는 교실에서 낙오자였고 결국 고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평생 10여 차례 경찰에 체포됐으며 헤로인과 대마초 복용과 판매 등으로 2년간 감옥 생활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어떤 일에도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등 인지기능이 매우 낮았다고 한다. 그의 쌍둥이 여동생 역시 공격적이고 학습능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가난한 흑인들에게 미친 납 페인트의 서글픈 영향을 보여주는 프레디 그레이의 전형적인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전하면서 볼티모어의 납중독이 가져온 '독성유산'이 여전히 비극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만약 이들이 납 페인트 집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그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수십 년 전의 납 트라우마가 볼티모어에 너무 많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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