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투자협약'…실적쌓기 과욕에 체면 구긴 충북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5-01 12: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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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협약 대상 포함시킨 시그마알드리치 전면 부인
뒤늦게 "가천대 공동연구소 동일 조직으로 착각" 해명
△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달 27일 충북도청에서 이란의 오리엔탈 메디신 컨소시엄과 20억불(2조1천520억원)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시그마알드리치 한국지사 측은 지난 30일 당시 박홍철(맨 오른쪽) 지사장이 협약 체결을 축하하러 행사장에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엉터리 투자협약'…실적쌓기 과욕에 체면 구긴 충북도

투자 협약 대상 포함시킨 시그마알드리치 전면 부인

뒤늦게 "가천대 공동연구소 동일 조직으로 착각" 해명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이 이란의 오리엔탈메디신 컨소시엄과 20억 달러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면서 협의조차 안 한 미국 기업 시그마알드리치를 협약 대상에 포함시킨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체면을 구겼다.

충북 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구역청)은 지난달 27일 협약을 체결하며 이란의 컨소시엄 자본과 시그마알드리치의 바이오 기술 합작으로 오송에 전통의학공동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그마알드리치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번 투자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게 시그마알드리치의 입장이다.

거짓 투자 협약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충북도는 1일 시그마알드리치 한국지사를 투자 협약 당사자인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의학연구소와 동일 계통의 회사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기술 참여나 MOU 체결을 시그마알드리치와 논의하지 않았고, 협의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쉽게 말해 시그마알드리치와 협력관계인 국내 연구소가 기술 지원에 나서는 걸 마치 시그마알드리치 미국 본사가 투자의 한 주체로 참여하는 것처럼 '뻥튀기'한 셈이다.

이번 MOU 체결은 이란 컨소시엄이 자본을 100%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의학연구소가 바이오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MOU 체결로 이어졌다.

그런만큼 MOU 체결 때 굳이 시그마알드리치를 내세우지 않았어도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다.

한화로 2조1천500억원에 달하는 MOU 체결 금액은 민선 5기 때 정우택 당시 지사가 유치한 8조원대의 하이닉스 투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협약 체결이 성사되면서 민선 6기에 30조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이시종 지사의 공약 이행에도 청신호가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충북 경자구역청이 실적을 과대포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시그마알드리치를 협약 체결에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의학연구소와 기술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이 전부인데 시그마알드리치가 직접 나서는 것처럼 당사자와 협의도 없이 이름을 끼워넣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란의 자본 투자, 시그마알드리치·가천대학교 공동재생의학연구소의 기술 제공에 시그마알드리치의 국제적 판매망을 활용한다면 완벽한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다는 과욕이 'MOU 부풀리기'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충북 경자구역청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시그마알드리치가 참여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졌지만, 투자금액 20억 달러는 이란 컨소시엄이 전액 투자하는 것"이라며 "협약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투자 유치 협상이 부실했던 점이 드러나면서 이란 자본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느냐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MOU는 일종의 신사 협정에 불과하다. 사업 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등 본계약이 체결되고 나서야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

더욱이 MOU대로 SPC 설립 자금 200만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더라도 이는 투자 금액의 0.1%에 불과하다.

올해 투자가 성사되더라도 충북 경자구역청의 구상처럼 향후 10년간 총 20억 달러가 충북에 투자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믿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충북도는 과욕 탓에 스스로 신뢰를 상실하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이에 대해 충북 경자구역청 관계자는 "SPC 설립 자금 투자가 다음 달 말까지 이뤄지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며 "MOU의 진실성은 그 이후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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