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러시아 "서방이 2차대전 진실 왜곡" 맹비난
미·영·프 정상 승전기념식 불참통보·BBC "옛 소련군 독일서 대규모 성폭행"
(알마티=연합뉴스) 김현태 특파원 = 올해 대대적인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을 준비 중인 러시아가 서방 정상들의 행사 불참과 옛 소련군의 전쟁범죄 의혹 제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비서실) 실장은 2일 자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일부 나라들이 러시아를 고립시키고자 2차 대전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바노프는 "특히 서유럽 국가와 미국이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들은 공산주의와 나치즘을 같은 취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며 러시아의 참전용사와 러시아인들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바노프는 또 "소련이 2차대전 승리를 위해 많은 공헌을 했다는 수많은 역사적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를 고립시키고자 관련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히틀러에게 희생된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올해 2차 대전 승전 70주년을 맞아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초청장을 보낸 68개국 정상 가운데 25개국만이 승전 행사 참석을 확인해 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빛이 바래는 양상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서방국 정상들이 불참할 계획이며, 중국, 인도, 베트남, 쿠바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일부 국가 정상들만이 참석을 통보했다.
2005년 60주년 기념행사 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53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 참석률이다.
행사에 불참하는 일부 서방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과거 나치 같은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서방 언론은 2차 대전 당시 소련군의 범죄를 새롭게 조명하며 러시아에 대한 비난 여론을 키우고 있다.
영국 BBC는 전날 소련군이 베를린 점령 때 독일 여성들을 대규모로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문건 등을 제시했다. 방송은 독일군이 소련에서 여성을 상대로 수많은 성범죄를 자행한 사실도 상기하며 소련군과 독일군이 다를 바 없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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