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이채봉 기자] 질식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에서 과거 발생한 유해물질 사고에 대해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사고에 대한 전조가 2차례나 있었지만, 부상자들이 산업재해를 주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 등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7월 이천시 부발읍 SK하이닉스 D램 반도체 공정라인에서 이산화규소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2명이 병원치료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사고는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가스 공급배관 이음매에 생긴 틈으로 가스가 누출한 탓에 생겼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사고 이후 산재처리가 안됐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장에 대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장에서는 지난 3월에도 절연제 용도로 쓰이는 지르코늄옥사이드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3명이 부상했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성 가스는 아니었지만, 부상자들은 두통 등을 호소해 병원 진료 후 퇴원했다.
사고는 반도체 제조 공장건물에서 대기오염 처리시설 배관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파손되면서 가스가 누출돼 발생했다.
당시에도 배관 등 시설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부 성남지청은 이번 역시 부상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처럼 과거 2차례 사고 이후에도 관련자 처벌이나 별도의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가, 이번에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부 성남지청 한 관계자는 "앞의 2차례 사고 때는 부상자들이 병원치료 후 '실질적인 부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 해당 사업장에 대해 별도의 안전조치를 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가 일어난 만큼, 면밀히 조사해 안전관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계속 적자를 보다가 얼마 전부터 흑자로 돌아선 입장이라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를 잘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배관도 많이 노후화해 교체시기가 됐기 때문에 해당 업체측에서도 안전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써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의 2차례 사고를 수사한 이천경찰서도 부상자들이 진단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진술 자체를 거부해 업체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입건하지 못했다.
지난해 사고는 내사종결됐으며, 올 3월 사고는 조만간 내사종결 예정이다.
이천서 한 관계자는 "누출된 가스가 유해성이 없고, 피해자가 진술을 거부해 관련자에게 형사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부상자가 '을'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 그것도 협력업체 근로자라면 고용불안 때문에 적극적으로 피해를 구제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를 감안해 고용부 등 정부 기구가 역할을 증대해야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는 현상을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기구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정부는 무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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