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백제유산은 세계유산 등재구역 '확장' 추진
백제역사유적지구 어떤 가치 인정받았나
"교류의 증거" "독보적 문명 증거" 인정
서울지역 백제유산은 세계유산 등재구역 '확장'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유네스코의 가장 성공한 사업 사례로 평가되는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1972년 채택한 세계유산협약에 존재 기반을 둔다. 이 협약 공식 명칭은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이다.
한데 이 협약은 과연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세계유산에 등재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다만 11조 2항에 실로 막연하게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라는 말을 할 뿐이다. 오직 이 하나의 말이 등재조건이라 할 만하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이 용어는 흔히 'OUV'라는 약칭으로 통용된다.
이 세계유산협약을 더욱 구체화한 것이 '세계유산협약의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the Operational Guidelines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이다. 말하자면 세계유산협약은 정신을 담은 헌법이라면 이 운영지침이야말로 실제 현실에서 통용되는 법률이나 시행세칙에 해당한다.
아무튼 세계유산협약은 그 정식 명칭에서 보듯이 유산을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과 그렇지 않은 자연유산(Natural Heritage)의 두 가지로 나눈다.
운영지침은 세계유산협약이 막연하게 제시한 OUV를 더욱 세분화해 세계유산 등재기준으로 모두 10가지를 제시한다. 이 중에서 1번부터 6번까지가 문화유산 등재기준이며, 나머지 4개가 자연유산 등재기준이다. 이들 중 어느 한 기준이라도 만족하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다.
한국이 등재신청한 '백제역사유적지구(Baekje Historic Areas)'는 이 중에서 등재기준 (ⅱ)와 (ⅲ)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서 받았다. 그렇다면 이들 등재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등재기준 (ⅱ)는 "특정 기간과 문화권 내 건축이나 기술 발전, 도시 계획 등에 있어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가 될 것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이코모스는 공주와 부여, 그리고 익산의 후기 백제역사유적지구가 "한국, 중국, 일본의 고대 왕국들 사이의 상호교류를 통해 백제가 이룩한 건축기술 발전과 불교 확산을 보여 준다는 점"을 인정했다.
등재기준 (ⅲ)은 "문화적 전통 또는 문명에 관한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코모스는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수도 입지 선정, 불교 사찰, 성곽과 건축물의 하부구조, 고분과 석탑을 통해 백제의 역사, 내세관과 종교, 건축기술, 예술미를 보여주는 유산이자 백제의 역사와 문화의 특출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 두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백제역사유적지구는 또 하나의 세계유산 진입을 앞두게 됐다.
한데 의아한 점은 등재가 확실시되는 이들 유적을 아우르는 명칭으로 우리는 '백제역사유적지구', 그에 대한 영어 명칭도 'Baekje Historic Areas'라고 했지만, 그 내실을 들여다보면 700년 백제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유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등재를 기다리는 이들 유적을 구체적으로 보면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능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 부여 나성,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의 8곳이다.
이들 유적은 말할 것도 없이 700년 백제역사 중 후기 200년이 남긴 흔적이다.
나머지 백제 500년은 중심지가 지금의 서울 송파구 일대다. 실제 이곳에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그리고 석촌동 고분군과 방이동 고분군이 남아 한성백제 역사를 우뚝하게 증언한다. 이들 서울 지역 백제 문화유산은 규모라든가 남은 상태를 볼 때 공주나 부여, 그리고 익산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외려 이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위상이 뛰어나다.
그럼에도 서울 지역 백제유산들은 이번 백제역사유적지구 등재 대상에서 쏙 빠졌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공주·부여·익산이 세계유산 등재를 한창 추진할 때 서울은 그에 대한 관심이 전연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백제 고도 지역 지자체들도 서울이 뛰어드는 일을 환영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주도권을 서울에 빼앗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서울은 박원순 시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돌변했다. 박 시장은 단국대 사학과 출신답게 어느 광역자치단체장보다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 시장 취임 이후 서울 지역 백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플랜이 있었다. 다른 지역 백제유산 등재가 무산되면, 서울이 합세해 새롭게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방향과 함께 그것이 먼저 등재되면 이들 지역에 서울 지역 백제유산을 얹는 '확장(Extension)' 등재를 추진한다는 것이 나머지 방향이었다.
이제 공주·부여·익산 지역 백제유산이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됨에 따라 서울지역 백제유산은 '확장'이라는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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