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국영철도 기관사 최장파업 선언…노조 간 세력경쟁(종합)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전역이 국영철도 '도이체반' 기관사 노조(GDL)의 역대 최장파업 선언으로 뒤숭숭하다.
노조는 4일 오후 3시(현지시간) 화물열차 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5일 오전 2시부터 여객열차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클라우스 베젤스키 노조위원장은 오는 10일 오전 9시까지 이들 파업을 지속하겠다고 전날 예고했다.
노조의 이번 계획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파업은 정당한 권리이지만 산업계와 승객들에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노사 간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외부인들이 볼 때에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독일을 마비시키지 말고 심각하게 타협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알렉산더 도브린트 교통장관은 "많은 시민이 파업 장기화에 분노한다"고 가세했다.
좌파당 등 친(親)노조 정당은 연방정부에 중재를 요청하고 나섰다.
베젤스키 위원장은 그러나 사측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중재 제안과 관계없이 파업 강행 의사를 밝혔다.
도이체반은 하루 550만 여객과 62만t의 화물 수송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 장기 파업은 교통 불편과 물류 차질 등 큰 피해를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일부 경제연구소는 독일 경제에 미칠 손실이 하루 1억 유로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임금협상이 시작된 이래 벌써 여덟 번째를 맞는 파업 유발의 표면적 이유는 임금인상 폭과 노동시간 단축을 둘러싼 노사간 접점 찾기 실패다.
임금인상률 5%와 주간 노동시간 최단 1시간 단축을 주장해온 노조는 7월부터 4.7% 인상하고, 직전 6월 말까지 1천 유로를 별도로 지급하겠다는 사측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지상철 개념의 S-반 기관사들이 일부 지역에선 최장 14시간까지 연속으로 일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요구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만으론 타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금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이슈보다 더 첨예한 대립 지점은 노조가 기관사에 더해 일부 검표원 등 승무원과 편성원들까지도 자신들의 임협 적용 대상으로 삼고 나선 데 있다고 지적한다. 기관사 외 도이체반 GDL이 포괄하는 다른 직무 대상자는 1만 7천 명 정도라고 dpa 통신은 전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그들 대상자에게 도이체반 GDL에 가세하지 않은 동일 직무의 다른 승무원 등과 상이한 임금체계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승무원 등 기관사 외 철도 노동자들은 다수 노조로서 온건한 성향을 보여온 철도운수노조(EVG)에 대다수 소속된 채 이들의 대표 교섭을 통한 임협을 적용받아왔다.
이와 관련, 현재 독일 정부는 동일 기업에 복수 노조의 여러 임협이 공존한다면, 다수 조합원을 대표하는 노조의 임협을 모든 노동자가 동일하게 적용받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결국 소수 전문직 노조인 GDL로서는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 승무원과 편성원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이체반 GDL은 도이체반 30만 인력 중 2만 명의 기관사 조합원을 대변하는 소수 노조이다. 그러나 다른 철도 노동자들에게 이처럼 선명성을 보여줌으로써, EVG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는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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