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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5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중해에서 위기에 처한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사진은 구테레스 최고대표가 연합뉴스와 집무실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2015.5.5 rhew@yna.co.kr |
<인터뷰> 구테레스 UNHCR 최고대표 "난민 재정착 기회 확대해야"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5일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EU 국경관리 기관인 프론텍스의 해상 순찰 예산을 세 배 늘리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난민의 생명을 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테레스 UNHCR 최고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EU가 지중해에서 굳건한 해상 구조능력을 갖추고, 유럽에 도착하는 난민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테레스 최고대표는 또 "유럽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난민 신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의 입국 허용 등 난민들의 재정착 기회를 확대하고 노동이나 학업을 위한 비자 관련 제도도 더욱 유연하게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구테레스 최고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지중해에서 일어나는 비극들과 관련해 유엔과 국제사회가 시급하게 해야 할 과제는.
▲최우선 과제는 지중해에서 위기에 처한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이탈리아 해군의 구조작전인 `마레 노스트룸'이 종료된 이후 지중해에 그에 상응하는 수색과 구조 능력을 갖춘 작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 결과 더욱 많은 사람이 지중해에서 숨지게 됐다. 올해 4월 말까지 1천700여 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사망자 수는 32명에 불과하다.
지난달 23일 열렸던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서 EU 국경관리기관 프론텍스의 해상순찰 임무인 트리톤과 포세이돈의 예산을 세배 늘리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수의 난민이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지중해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전체 유럽 차원의 대책이 있다면.
▲국제사회는 바다를 건너는 난민과 이주자들을 보호해야 할 공동 책임이 있다. 이것은 국제사회가 진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규범과 기준에 따라 종합적으로 대응할 때 가능하다.
EU가 지중해에서 굳건한 해상 구조능력을 갖추고 동시에 유럽에 도착하는 난민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전과 생명을 위해 유럽으로 오는 난민들을 위한 여러 법적 장치들을 갖춰야 한다.
즉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입국을 허용하는 등 난민들의 재정착을 더욱 지원하고 노동이나 학업, 개인 후원제 등 비자 관련 제도도 더욱 유연성 있게 고쳐야 한다. 유럽 일부 국가는 이런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더욱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유럽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난민 신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4년 도착한 난민의 절반 이상은 독일과 스웨덴으로 갔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현재의 상태가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욱 많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
--유럽의 난민 신청 시스템 개선 방향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 EU와 EU 회원국들은 전 세계 난민위기 대응에 있어 UNHCR의 강력한 지지 국가들이다. 우리는 유럽 회원국들과 유럽 난민 신청 시스템 개선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유럽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회원국들 사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난민 신청 시스템이다.
지난 2013년 개정된 유럽 의회의 난민 신청에 대한 법률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원국 간에 난민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균형을 맞추는 등 더욱 효율적인 난민 신청 시스템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또한, 회원국들이 난민 보호를 위한 대응과 조치에서도 더욱 결속하기를 바란다. EU 여러 회원국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지중해의 해상구조를 강화하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난민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이런 주장은 많은 난민이 생명과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난민선을 타야 한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난민들은 지중해에서 해상 구조작전이 있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려고 도망쳐 오는 것이다. 지난해 유럽에 도착했던 약 22만 명의 난민 중 절반 이상은 무력분쟁과 심각한 인권침해로 얼룩진 나라에서 왔다.
해상 구조작전이 난민 유인 요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수를 헤아려봐야 한다. 이탈리아 해군이 마레 노스트룸 작전을 했던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3만 2천 명이 지중해를 건넜지만, 이 작전이 종료된 올해에는 같은 기간에 4만6천명이 유럽에 도착했다.
바다에서 조난당한 난민들을 구조하는 것은 난민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도덕적 의무이다.
-- 올해는 UNHCR에 험난한 한 해가 될 것같다. 현재 UNHCR이 당면한 가장 어려운 도전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각종 전쟁과 무력 충돌로 폭력과 처벌이 난무하면서 고향에서 도망쳐 나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면서 대규모 난민 사태를 유발하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 정치적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런 난민 위기는 장기화하고 있고 심지어 한 세대를 넘어 난민생활을 하는 일도 있다.
UNHCR은 비단 미디어의 관심이 쏠리는 위급한 지역뿐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장기화한 곳에서도 재원을 마련해 난민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환율 변동이 심해 UNHCR에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다. 특히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애초 예상했던 기금 규모가 상당히 부족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 예산 조정을 통해 협력 국가들은 물론 난민들에게 예산 부족의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의 국제 인도주의적 지원 시스템만으로는 전 세계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인도적 지원과 개발 지원을 병행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특히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의 발전 전략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난민들을 계속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분쟁지역이 계속 늘어나고, 기존의 위기들은 종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도주의적 지원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쟁들을 해결하고 앞으로 발생할 새로운 분쟁도 미리 방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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