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탄만 울려라"…핵타결 이후 '머니게임' 가열
이란정부 '새로운 경제환경' 대비·서방 선점경쟁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달 5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그의 경제팀을 소집했다.
이날은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핵협상 잠정 타결을 선언한 지 불과 사흘 뒤였다.
로하니 대통령의 지시는 간단했지만 메시지가 명료했다.
"민간이 이란의 경제 개발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문이었다.
6월 말이 시한인 핵협상이 타결된 뒤 이란이 직면하게 될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비하려면 관치경제에서 벗어나 민간 부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 경제 회생에 민간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로하니 대통령의 계산엔 국영 기업을 장악한 보수 군부에 대한 견제 의도도 깔렸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해 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나하반디안 전 테헤란 상공회의소 회장을 경제수석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나하반디안은 지난해 10월 런던에서 열린 제1회 유럽-이란 포럼에 민간 부문에서 양측의 교역 확대를 지지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와 함께 이란 정부는 현재 올해 회계연도(3월21일∼내년 3월20일)에 '플랜 B'를 마련했다.
모하마드 바그헤르 노바크트 정부 대변인은 "올해 예산안은 두 가지 시나리오"라며 "두 번째 시나리오는 '그림자 예산안'으로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면 가동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그림자 예산안은 경제 회생에 바탕이 되면서 민간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 개발에 더 비중을 뒀다.
이란은 6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이란석유전시회에서 4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자원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중동의 정세 안정과 평화적 공존을 핵협상 타결의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이를 침체한 경제를 되살리는 동력으로 이어보려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란 정부만큼이나 중동 최대의 소비 시장인 이란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는 최근 이란 진출을 준비하는 미국 기업인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코네티컷에서 동영상 장치업체 캠퍼스텔레비디오를 운영하는 네드 라몬트는 지난달 초 시장조사를 위해 이란 경제 사찰단의 일행으로 테헤란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이란에 가기 전 내가 리빙스턴(19세기 아프리카 탐험가)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이미 모두 그곳에 있었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사찰단에 참가한 창업투자사 크리스토퍼 슈뢰더는 "이란에서 기계·장비, 식음료, 제약에서부터 건강관리, 호텔, 관광 분야까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 역시 외국 기업의 '러브콜'을 잘 알고 있다.
이란민간항공기구의 부대표 모하마드 코다카라미는 지난달 26일 이란 언론에 "이란의 인구(약 7천800만 명)를 겨냥한 여러 외국 항공사가 증편이나 신규 취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최근 항공편 취항과 관련해 포르투갈, 그리스와 양해각서를 맺었다.
러시아 석유기업 루크오일은 2011년 경제 제재로 폐쇄했던 테헤란 지사를 지난달 재개했다.
이란 프레스TV 인터넷 뉴스 부문 편집국장 마이삼 바자에르는 중동 전문매체 YME에 "이란에 밀려오는 외국 기업의 사찰단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아직은 대부분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핵협상 잠정 타결에 기뻐하는 테헤란시민(EPA=연합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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