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ECB와 재정증권 발행한도 증액 등 담판
"IMF, 그리스엔 긴축, 유로존 채권단엔 부채탕감 압박"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그리스가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을 타결하기 전까지 유동성을 지원받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과 담판을 벌인다.
그리스 정부는 이아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와 협상팀이 5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ECB 본부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재정증권(T-bill) 발행한도 증액 등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는 드라기 총재에게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국채인 재정증권 매입한도를 현행 90억 유로(약 10조9천억원)에서 150억 유로로 늘리는 것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긴축 반대를 공약해 집권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는 긴축 정책이 조건인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재정증권을 발행해 부채를 상환하겠다며 지난 2월 ECB에 증액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채권단의 한 축인 ECB는 구제금융 분할금(72억 유로) 지원 협상이 우선이라며 요청을 거부했다.
그리스 정부는 또 ECB에 국채매입프로그램(SMP)에서 그리스 국채를 매입해 발생한 이익금 19억 유로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ECB가 그리스 국채 보유에 따른 이익을 그리스에 돌려주기로 했으나 ECB는 구제금융 분할금 지원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이익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는 재정증권 발행한도를 늘이거나 SMP 이익금을 돌려받는다면 이달 말로 목표한 채권단과 종합적 협상 타결까지 필요한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스는 전날 채권단과 협상 전략을 바꿔 분할금을 받기 위한 '가교 협상' 대신 ECB로부터 유동성 지원을 받고 종합적인 협상을 이달 말이나 6월에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권단 양측을 압박한 것도 이날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 톰슨 IMF 유럽 책임자가 지난달 24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그리스의 기초재정수지 적자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리스에는 긴축 수용을, 유럽연합(EU)과 ECB에는 채무 경감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IMF는 유로존 채권단이 상당한 채무 경감이 없다면 IMF 측은 분할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할금 72억 유로 가운데 35억 유로는 IMF가 지원하기로 했다.
IMF는 2012년에도 유로존 채권단과 그리스의 채무 이행 능력과 관련해 대립했으며, 당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의 부채 경감을 약속했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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